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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모주 열풍의 그늘

박시진 증권부 기자





956 대 1.

지난해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평균 청약 경쟁률이다. 빅히트·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293490) 등 공모 규모가 늘어날수록 공모주 청약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고 평가받으며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공모 규모는 지난해 4조 5,000억 원으로 전년(3조 2,000억 원 ) 대비 41% 늘어났고, 경쟁률 역시 2배가량 증가했다. 올해는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역대급 대어의 기업공개(IPO)로 청약 경쟁률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공모주 청약 균등 배정 방식도 경쟁률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그동안 고액 자산가들에게만 허용됐던 공모주 청약이 적은 돈으로도 배정을 받을 수 있게 바뀌며 주식 투자 열풍을 한층 가열시킨 셈이다.



하지만 균등 배분 방식을 시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 곳곳에서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 공모주 청약이 장기 투자로 각광받던 과거와 다르게 정부가 개인 물량을 늘리며 오히려 단타 매매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또한 공모주 청약을 받은 투자자들은 개장 직후 해당 종목의 주가가 기대만큼 높지 않을 경우 ‘쪽박’을 찰 수도 있다는 우려에 바로 차익 실현에 나서 주가가 급락하는 등 널뛰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공모주 투자 열풍에 기업 공모가가 실제 가치보다 지나치게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다는 점도 문제다. 기관투자가 역시 한 주라도 더 배정받기 위해 공모가 밴드의 최상단으로 가치를 책정하다 보니 기업 가치는 더욱 높아지는 반면 상장 이후 주가는 급락하는 등 괴리감이 발생해 장기 투자자들이 오히려 손실을 입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인지한 금융 당국은 이르면 6월부터 중복 청약을 막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국거래소 역시 공모주 투기를 막기 위해 신규 상장 종목의 ‘가격 발견’ 기능을 원활히 하는 시스템 개선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업계에서는 지난해 균등 배분 시행에 앞서 개인 비중을 확대할 경우 투자자 손실뿐 아니라 상장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제라도 시장의 교란 행위를 제한하겠다는 의도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건전한 공모주 투자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금융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보인다.

/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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