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디지털 위안화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낮출 것을 주문했다. 디지털 위안화가 출범하더라도 국내 시장에 연착륙하는 것이 우선이며 미 달러화를 대체하는 등의 위상으로 올라서는 것은 아직 언급할 단계조차 아니라는 것이다.
19일 증권시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리보 부행장은 전날 보아오포럼의 ‘디지털 지불과 화폐’ 세션에 참석해 “디지털 위안화의 전국적 범위 사용에 대한 시간표는 아직 갖고 있지 않다”면서 “디지털 위안화 국제화 문제는 자연스러운 진행 과정이 필요하며 디지털 위안화의 목적도 달러화나 다른 국제통화를 대체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위안화는 주로 국내 사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리 부행장은 "(디지털 위안화는) 금융시장에 선택권을 주려는 것으로 국제무역과 투자를 편리하게 하기 위한 취지”라고 거듭 밝혔다. 외신에서는 디지털 위안화 출범이 미 달러화 패권에 균열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중국 통화 당국이 나서서 이런 진단 자체가 너무 앞서나가는 것임을 환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저우샤오촨 전 인민은행 행장도 “인민은행이 초기 단계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도매 거래를 허가나 위안화 국제화를 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며 “이미 중국은 14억 인구의 매우 큰 소매시장”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리 부행장은 이날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해외 선수들과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 간 거래 테스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말하는 국제 간 거래도 중국에서 다른 나라 선수를 상대로 한 제한적인 테스트를 뜻한다. 리 부행장은 중국 내 디지털 위안화 안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세 가지 요소도 제시했다. 테스트 확대, 기초 인프라 마련, 그리고 법률 등 관리 체계 정비가 그것이다.
중국은 앞서 지난 2019년 디지털 위안화의 기본설계를 마무리한 후 지난해 4월부터 테스트에 들어간 상태다. 현대 베이징·상하이 등 11개 도시가 시범구로 지정돼 있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 전까지 디지털 위안화를 공식 출범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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