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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무형문화재 된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전승된 문화

고려 문헌에서도 확인되고

조선시대 집집마다 막걸리 담아

국민제안 무형문화재 선정 첫 사례

막걸리 /사진제공=문화재청




전통술인 ‘막걸리’를 제작하는 과정과 관련 문화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13일 ‘막걸리 빚기 문화’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 무형문화재 지정 예고 대상은 막걸리 빚는 작업과 전통 생활 관습까지 포괄한다.

막걸리의 ‘막’은 ‘마구’와 ‘빨리’를 뜻하고 ‘걸리’는 ‘거르다’라는 의미다. 막걸리는 ‘거칠고 빨리 걸러진 술’을 가리킨다. 순우리말 이름에는 술을 만드는 방식과 특징이 모두 드러난다. 일반적인 쌀 막걸리는 쌀을 깨끗이 씻어 고두밥(고들고들한 된밥)을 지어 식힌 후, 누룩과 물을 넣고 수일 간 발효시켜 체에 거르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막걸리를 빚기 위해 지은 밥과 누룩 /사진제공=문화재청


곡류로 빚는 막걸리는 삼국 시대 이전, 농경이 이루어진 시기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미온(美?)’ ‘지주(旨酒)’ ‘료예(?醴)’ 등 막걸리로 추정되는 내용이 전한다. 고려 시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 등의 문집에서는 막걸리로 추측되는 ‘백주(白酒)’ 등의 용어가 확인된다. 조선 시대 ‘춘향전’과 ‘광재물보(廣才物譜)’에서는 ‘목걸리’ ‘막걸니’ 등 한글로 막걸리를 찾아볼 수 있다. ‘규합총서(閨閤叢書)’ ‘음식디미방’ 같은 조리서에는 막걸리 만드는 방법이 등장한다.

막걸리는 물과 쌀, 누룩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고 제조 과정이 간단한 만큼 값도 저렴해 서민주(酒)의 대명사가 됐다. 농사꾼들 사이에서는 “같은 품삯을 받더라도 새참으로 나오는 막걸리가 맛있는 집으로 일하러 간다”고 할 정도로 농번기에는 인기 있는 농주(農酒)였다. 또한 의례와 경조사에도 빠지지 않았던 막걸리는 오늘날에도 신주(神酒)로서 건축물의 준공식, 자동차 고사, 개업식 등 여러 행사에 제물로 올릴 정도로 관련 문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경남 거제시 동부면 수산마을 남해안별신굿 제상차림에 막걸리가 놓인 모습.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


조선 시대까지 막걸리는 가양주(家釀酒)로 집에서 빚었기에 집안 특유의 술맛이 유지됐다. 김치, 된장처럼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던 발효음식의 하나였다. 근대 이후로 양조장 막걸리가 일반화됐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막걸리 열풍과 함께 자가 제조도 증가하는 추세다.

문화재청 측은 ‘막걸리 빚기 문화’에 대해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한반도 전역에서 전승·향유되고 있고, 삼국 시대부터 각종 고문헌에서 막걸리 제조방법과 관련된 기록이 확인된다”면서 “다양한 학술 연구 자료, 농요·속담·문학작품 등 막걸리 관련 문화를 통해 한국문화를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 지역별 특색과 전승 공동체를 통한 전통지식 유지 등의 이유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가치로 평가받았다”고 밝혔다.

혜산 유숙의 '대쾌도'에 등장하는 막걸리 따르는 모습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다만 막걸리 빚기는 한반도 전역에서 온 국민이 전승·향유하고 있는 문화라는 점에서 이미 지정된 ‘김치 담그기’, ‘장 담그기’ 등과 같이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을 예정이다.

한편, 이번에 지정 예고된 ‘막걸리 빚기 문화’는 2019년 ‘숨은 무형유산 찾기’와 ‘국민신문고 국민제안’을 통해 국민이 직접 국가무형문화재를 제안해 지정 예고되는 첫 사례다. 문화재청은 다음달 12일까지 30일간의 지정 예고기간 중 누리집 등을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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