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낸드플래시 2위 업체인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를 두고 미국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WD)이 각자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월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 세계가 반도체 공급난을 겪는 가운데 반도체 패권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에 따르면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은 각각 키옥시아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늦은 봄에 인수 추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익명의 소식통은 전했다.
키옥시아는 주로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저장장치로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 분야의 강자로 300억달러(약 34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는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키옥시아의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19.5%로 삼성전자(32.9%)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를 노리는 것도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웨스턴디지털은 14.4%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했으며 마이크론의 경우 5위로 뒤쳐져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경쟁 업체인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부문을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으면서 더욱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키옥시아를 둘러싼 인수 경쟁은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이 더욱 불붙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심화하면서 각국 정부들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WSJ은 “키옥시아 인수를 통해 미국은 반도체 제조 능력을 강화해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면서 “미 정부가 이번 인수 작업에 일정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체 간 인수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일본 정부가 반도체라는 핵심 기술 소유권을 해외로 넘기는 것을 우려해 인수 승인을 내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WSJ 보도에 대해 키옥시아는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키옥시아는 지난해 일본 최대 규모의 IPO 계획을 보류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엑시트에 나설 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도시바가 도시바메모리 지분 59.8%를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넘기고 분사하면서 SK하이닉스도 약 4조원을 투자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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