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증시를 뒤흔든 대규모 반대매매의 배경으로 고(高) 레버리지 매매 수단인 ‘차액결제거래(CFD)’가 지목된 가운데 국내에서도 급팽창한 CFD가 시장 교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CFD 계좌는 하루 평균 거래액이 불과 1년 새 360%나 급증해 4,000억 원에 달하고 계좌 잔액도 4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 초 조정장에서도 급락세가 두드러진 종목이 속출하며 증시 변동성이 커진 데는 CFD 계좌의 반대매매 물량이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홍성국 더불어민주당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CFD 계좌 잔액은 지난 2월 말 기준 4조 379억 원으로 1년 전(1조 1,384억 원)보다 255% 증가했다. 또 하루 평균 거래 대금도 같은 기간 852억 원에서 3,950억 원으로 363%나 급증했다. 1월에는 6,708억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CFD 계좌 숫자도 증가일로다. 지난해 2월 4,236개에 불과했던 CFD 계좌는 1년 새 1만 4,883개로 251%나 늘었다.
CFD는 실제로는 주식을 매수하지 않고 주가 상승 또는 하락에 따른 차익만 하루 단위로 정산 받을 수 있는 전문투자가용 장외파생계약이다. 증거금 일부만 넣고 거래할 수 있어 종목에 따라 최대 10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다. 이에 따라 개별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면 CFD 계좌에서 투자한 종목에 대한 대규모 반대매매가 나올 수 있어 증시 하락 시 변동성을 극대화할 위험이 크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증가한 CFD 거래는 공격적인 ‘빚투’에 활용된 측면이 크다”며 “불필요한 시장의 오해나 공포심을 줄이려면 전체 CFD 잔액 및 거래량에 대한 일정 수준의 정보 공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hasim@sedaily.com, 양사록 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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