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스포츠카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55’는 세계적인 명차 브랜드의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표 모델이다. 차량 보닛을 열면 중앙에 엔진을 제작한 사람의 친필 서명을 새긴 네모난 판 하나가 눈에 띈다. 1명의 엔지니어가 1개의 엔진을 조립하는 ‘원 맨, 원 엔진(One Man, One Engine)’ 원칙 아래 탄생한 차량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고숙련 엔지니어는 수많은 부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손수 조립하며 고성능 엔진을 완성해낸다.
제주에서 지난달 직접 만난 더 뉴 AMG GT 55 4매틱+는 장인의 손길을 거치며 더 강력해져 있었다. 2015년 1세대 모델의 국내 출시 이후 약 10년 만에 완전 변경을 거쳐 2세대 모델로 돌아온 것. 역동적인 주행 성능과 매끈한 디자인을 고루 갖춰 2도어 최상위 스포츠카의 명맥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외관부터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낸다. 전통적인 스포츠카의 낮고 매끈한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전면·측면·후면부 곳곳은 울퉁불퉁한 굴곡으로 근육질 몸매를 뽐낸다. 양옆 위로 치켜올린 전면 헤드램프와 길게 뻗은 보닛 위를 덮은 두 줄 포인트 라인의 파워돔, 과감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조화를 이루며 사나운 표정을 짓는 맹수를 떠올리게 한다. 후면부 스포일러(날개), ‘AMG’를 박은 노란색 브레이크 캘리퍼 등은 모터스포츠 DNA를 느낄 수 있는 디자인 요소다.
2세대 GT 55의 진정한 매력은 뻥 뚫린 도로 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아도 ‘으르렁’하며 전방에 먹잇감을 낚아 채려는 듯 민첩하게 움직인다. 속도를 낼 수 있는 도로 구간에서는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했는데 한층 더 강렬해진 엔진음과 진동이 폭발적인 주행 성능과 어우러져 운전자의 질주 본능을 자극했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실내로 퍼지는 엔진음과 진동을 억제해 편안한 주행을 돕는다.
이 차량은 4.0ℓ V8 바이터보 엔진과 AMG 스피드시프트 MCT 9단 변속기의 조합으로 최고 출력 476마력을 발휘한다. 최대 토크는 71.4kgf·m로 1세대 GT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GT R’ 모델과 같은 힘을 자랑한다. 최고 속도는 시속 295㎞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3.9초에 불과하다.
구불구불한 제주 1100고지를 넘을 때는 탄탄한 차체가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줬다. 특히 내리막에서 스티어링휠을 급하게 꺾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는데 차량은 도로 위에 밀착해 움직이며 무난하게 해당 구간을 벗어날 수 있었다. 서스펜션에 좌우 쏠림을 줄여주는 ‘액티브 롤 스태빌라이제이션’ 기술을 적용해 안정성을 강화했다는 게 벤츠의 설명이다. 최대 2.5도의 후륜 조향을 지원하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도 우수한 코너링 성능을 구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차량 내부에서는 고급스러움과 실용성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벤츠의 노력이 돋보였다. 나파 가죽 소재의 AMG 퍼포먼스 스티어링 휠은 손에 꽉 차는 묵직한 그립감을 제공해 고속 주행이나 코너 구간에서도 안정적인 조향을 뒷받침한다. 11.9 인치 LCD 중앙 디스플레이는 터치만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진화했다.
실내 공간은 이전 세대 보다 넓어졌다. 2세대 모델은 1열 시트만 있던 기존 세대와 달리 2열까지로 확장했다. 접이식 2+2 시트를 제공하며 필요에 따라 2열 시트를 접으면 트렁크 공간은 최대 675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이는 1세대보다 2배 가량 넓은 공간이다. 다만 단단한 느낌의 시트는 신호 대기나 속도 제한이 많은 제주 도심을 긴 시간 주행하기에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다.
차량에는 속도·조향 각도·가속·제동 등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AMG 트랙 페이스를 기본으로 탑재했다. 운전자는 이를 통해 트랙 주행 실력을 향상할 수 있다. 파노라믹 루프, 헤드업 디스플레이, 부메스터®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무선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 등 국내 고객들이 선호하는 옵션들도 기본으로 제공된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2세대 GT를 두 가지 모델로 선보인다. GT 55 4매틱+는 지난 달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했고 고성능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인 ‘GT 63 S E 퍼포먼스’는 연내 출시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