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사상 최대 규모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부채가 급증하면서 중장기적 금융안정 리스크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정부의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등으로 실제 신용 위험 수준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최근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한 결과 “금융시스템이 현재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민간부채 급증과 이에 따른 금융불균형 확대 등 중장기적 금융안정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15.5%로 전년 말 대비 18.4%포인트나 상승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GDP 대비 가계신용 갭은 5.9%포인트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2분기(1.7%포인트)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가계부채는 1,726조 1,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주택거래량 증가로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기타대출도 주식투자수요 확대와 신용대출 규제 강화 이전 선수요 등으로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지난해 말 기준 175.5%로 전년 동기 대비 13.2%포인트 증가하는 등 채무부담도 확대됐다.
연체율은 은행과 비은행 부문 모두 전년 말 대비 소폭 하락하면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고용 및 업황 부진으로 소득 여건 개선이 지연될 경우 채무상환능력 저하가 우려된다. 한은은 금융기관들도 현재의 자산건전성 지표가 실질적인 신용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에 유의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좌홍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연체율 등 지표가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계·기업 등 차주의 지속적 채무상환능력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지 않다”며 “채무상환능력 등 대부분 지표가 악화되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 정부의 금융 지원, 원리금 상환유예 등으로 실제 신용 위험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