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다섯 명의 명의를 대여해 ‘사무장 병원’ 두 개를 개설한 A 씨. 의원급 병원은 2주 이상 장기 입원이 어렵다. 그래서 생각한 게 두 개 병원을 돌려 가며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허위 환자를 유치해 한 병원에 입원시킨 뒤 다른 병원에 입원한 것처럼 의무기록을 조작하는 방식이다. A 씨는 그렇게 61명의 환자를 유치한 뒤 보험회사에 보험금 30억 원을 청구해 수령했다. 국민건강보험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편취한 금액만 19억 4,000만 원에 달했다.
금융감독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5일 보험사기를 적발하기 위한 공조 체제를 구축하고 ‘공·민영보험 공동조사 협의회’ 출범식을 가졌다. 2013년 맺은 업무협약(MOU)을 보험사기 사건을 발굴하는 상시적 실무협의체로 격상한 것이다.
금감원은 그동안 보험사기분석시스템(IFAS) 고도화 등을 통해 보험사기 적발에 힘을 쏟은 바 있다. 2019년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8,800억 원을 넘어서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던 것도 이 같은 노력의 힘이 컸다. 그럼에도 보험사기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대학교와 보험연구원의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민영보험사기 추정금액은 6조2,000억 원, 이로 인한 국민건강보험 청구금액은 연간 최대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날 첫발을 내디딘 공동조사 협의회가 주목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협의회는 대규모 보험사기 등 공동 조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정기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사무장 병원에서 ‘허위 입원’으로 민영 보험금과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동시에 편취하는 사례 등을 중점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실손보험의 보장 대상이 아닌 항목을 허위 청구하는 사례에 대한 기획 및 상시 조사도 추진한다.
협의회는 또 민영 보험사의 사기 조사 과정이 건강보험 부당 청구 조사와 연계될 수 있도록 공조 체계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공동 조사를 통해 혐의를 파악할 경우 수사 기관에 수사도 의뢰할 예정이다.
김은경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보험사기의 불이익이 선량한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원적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촘촘한 대응체계다 필요하다”며 “(협의회 출범으로) 공·민영보험 사이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보험시장 질서가 더욱 건강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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