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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러시아 核 억제력…우크라, 전략 핵잠 작전지침서·설계도 입수[이현호의 밀리터리!톡]

우크라, 지속적 정보전·해킹 작전 성과

서방과 공유 땐 러시아 치명적 ‘결정타’

해상 기반의 핵 억지력 핵심 전력 노출

러시아는 침묵…“부정도 인정도 못 해”

러시아의 킬로급 공격 잠수함 ‘로스토프온돈’ 모습. 연합뉴스




2024년 8월 3월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에서 러시아 해군의 주요 전력 자산인 흑해 함대 소속 재래식 공격 잠수함을 격침했다고 주장해 전 세계가 주목했다. 2022년 러시아와 전쟁 이후 잠수함 공격에 성공한 첫 침몰 사례이기 때문이다.

영국 BBC와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성명을 통해 당시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항구에 정박 중이던 러시아의 킬로급 공격 잠수함 ‘로스토프온돈’을 미사일로 공격해 침몰시켰다고 밝혔다. 이 잠수함이 정박 중인 세바스토폴의 선박 수리 공장에서 공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해졌다.

2014년 취역한 이 잠수함은 전장 73.8m, 잠항 배수량 3100t급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자주 쓰고 있는 ‘칼리브르’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러시아 흑해 함대의 잠수함 4척 가운데 1척이다.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으로 승조원 52명을 태울 수 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측은 즉각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영국 정보당국은 로스토프온돈함이 세바스토폴항 조선소에서 정비를 하다가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1년이 지난 2025년 8월 2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GUR)이 사이버 작전을 통해 러시아의 전략 핵잠수함 관련 기밀 정보를 입수했다고 보도해 다시 한번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GUR는 공식 텔레그램 발표를 통해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러시아의 최신 전략 핵추진 잠수함인 보레이-A급 ‘크냐즈 포자르스키’에 대한 내부 구조도와 운용 문서 일체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문서에는 승조원 명단부터 직책·자격·체력 수준, 전투 대응 지침서, 내부 배치도, 작전 일정표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 잠수함을 침몰한 것 보다 이번처럼 최신 전략 핵추진 전략잠수함의 내부 설계도와 작전 운용 문서 등을 확보했다는 것은 러시아로선 치명타에 가깝다. 러시아의 핵 억제력에 대한 최고급 비밀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실전 배치된 국가 전략 자산의 보안이 이처럼 전면적으로 노출된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러시아 해군의 전략 자산인 ‘보레이-A급’ 잠수함은 러시아의 해상 핵 억지력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에 이 정보 유출은 러시아의 국가 안보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잠수함은 R-30 ‘불라바’ 미사일 16기를 수직 발사관에 탑재할 수 있다. 불라바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사거리(약 8000~9300㎞)를 지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미사일 1기당 최대 10기의 핵탄두(MIRV)를 장착할 수 있다. 러시아의 해상 기반 핵 억지력 전력 중 핵심으로 꼽히는 무기체계다.

러시아 전략 핵추진 잠수함인 보레이-A급 ‘제네랄리시무스 수보로프’ 진수식 모습.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잠수함의 내부 구조도와 단면 구획 배치도를 분석하면 선체를 절단한 형식의 설계도로 각 격실에 설치된 화재 진압 장비, 통신 회로, 수밀문, 유독가스 차단 장치 등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내부 생존 가능성과 방어 체계를 기반으로 한 구조인 만큼 전투 상황에서 잠수함이 어떻게 대응하고 지휘 체계를 유지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도면로 보인다. 이는 러시아 전략 핵추진 잠수함의 운용 구조적 취약점을 외부에 노출한 것으로 실질적인 군사적 타격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 크냐즈 포자르스키는 지난 7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전력화를 승인한 보레이-A급(955A) 전략 핵추진 잠수함으로 북방 함대 제31잠수함 사단에 편제돼 무르만스크주의 가드지예보 해군 기지에 배치돼 해군의 핵심 전략 자산이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이번 정보 확보는 크냐즈 포자르스키만이 아니라 보레이-A급 프로젝트 전체의 기술적 특성과 운용 제한까지 분석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크렘린이 유지하려는 제국 신화를 무너뜨릴 수 있는 전략적·상징적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영국 더 타임즈는 이번 유출이 정밀한 사이버 작전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GUR는 2022년 이후 러시아 군사기관과 방산업체, 항공기 설계국 등을 겨냥해 지속적인 정보전·해킹 작전을 수행해왔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문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공유될 경우 러시아 핵추진 잠수함 전략 전반에 구조적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치명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당장 미 해군 유럽·아프리카 사령관은 러시아의 잠수함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P-8 포세이돈 해상초계기를 중심으로 한 대잠전(ASW) 능력을 확대하고 있고 나토가 잠수함 추적 및 대응 전략 강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GUR가 입수한 내부 자료는 북극 해역을 중심으로 전개된 러시아 핵추진 잠수함 전략 전반에 구조적·결정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러시아 국방부는 해당 유출 사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영 언론들도 관련 보도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이는 사실상 유출 정황을 부정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영국 더 타임스는 “GUR이 확보한 문건이 보레이‑A급 전체의 기술적 취약성과 운용 한계를 드러냈다”며 “러시아가 북극 전략 전력을 중심축으로 삼아 구축해온 핵 억지력 체계 전반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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