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이 한국 시장에서 투자은행(IB) 등 기업금융만 남기고 소매 금융 부문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블룸버그도 씨티그룹의 한국 소매 금융 철수설을 전한 바 있다.
WSJ은 “씨티그룹이 한국과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소매 금융 영업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은 남겨둘 확률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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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제인 프레이저 최고경영자(CEO)와 관계가 깊다. 최근 씨티그룹 사상 첫 여성 CEO가 된 프레이저는 지난 1월 콘퍼런스콜에서 “전 세계가 빠르게 디지털화되는 가운데 씨티의 어떤 사업 부문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고 있다”며 ‘선택과 집중’을 예고했다. WSJ는 “씨티그룹이 한때 세계 최대 금융사였지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다른 금융사에 추월당했다”며 “프레이저 CEO는 은행 구조를 단순화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프로젝트를 정리해야 하는 임무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씨티그룹의 소매 금융 철수가 현실화한다면 국내 금융권에 대형 인수합병(M&A) 장이 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잠재적 인수 후보로 DGB금융·OK금융그룹을 거론하고 있다. DGB는 수도권 거점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인수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저축은행·캐피털사 등을 계열사로 둔 OK금융그룹 역시 1금융권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사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어 참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이지윤 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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