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강한 지진으로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이 공포에 휩싸였다. 동일본대지진(2011년 3월 11일) 10주년을 한달도 채 남기지 않은 가운데 당시 큰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현과 미야기(宮城)현 일대에 강한 지진파가 또다시 덮쳐와 많은 시민이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일본 기상청은 지진 발생 직후 쓰나미(지진 해일) 피해 위험은 없다고 발표했으나 10년 전 큰 재난을 겪은 주민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번 지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이 늘고있는 상황에서 발생해 불안을 가중했다.
지진은 13일 오후 11시 8분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했다. 후쿠시마와 미야기현에서 최대 '진도 6강'의 흔들림이 관측됐다. 진도 6강이면 제대로 서 있기 힘들 정도로 흔들림이 심한 상황이다. 이번 지진은 동일본대지진 여진의 일종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14일 오전까지 부상자가 100명 넘게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진 발생 시기, 강도, 발생 위치가 모두 동일본 대지진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었다.
미야기현에 진도 6강 이상의 강한 진동이 관측된 것은 2011년 4월 7일 미야기현 앞바다에 규모 7.2(진도 6강)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거의 10년 만이다. 후쿠시마현의 경우에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로 가장 강한 진동이 이번에 관측됐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은 미야기현 이시노마키(石卷)시의 고지대에는 쓰나미가 밀려올 것을 우려해 차를 타고 피신한 주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이시노마키시는 2011년 대지진 때 쓰나미 등으로 인해 가장 큰 인명 피해를 입은 기초지자체다. 당시 이시노마키의 사망자는 3,500명을 넘었다.
주말을 맞아 휴식 중이던 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진 발생 1분 뒤인 오후 11시 9분 곧바로 총리관저 위기관리센터에 관저대책실을 설치했다.
외부 일정 없이 숙소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지진 발생 15분 만에 숙소를 나섰다. 그는 지진 발생 20분 후인 11시 28분께 총리관저에 도착했다.
스가 총리는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하게 협력해 인명 구조 및 정보 제공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정부 내 위기관리 담당자 역할을 겸하는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스가 총리가 도착한 뒤 약 10분 후에 총리 관저 로비로 뛰어 들어갔으며 오전 1시 14분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스가 총리는 오전 1시 58분께 총리관저에 대기 중인 기자들 앞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쓰나미(지진 해일) 우려는 없다. 원자력 관계(시설)도 모두 이상 보고는 없다"며 "인명을 제일로 삼아 앞으로도 확실하게 대응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스가 총리는 14일 오전 9시에 관계 각료를 소집해 지진 대책을 논의했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집권당이던 민주당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두고두고 유권자의 혹평을 받는 모습을 지켜본 자민당 정권은 지진 등 대규모 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모습을 부각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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