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제도로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들의 샌드박스(새로운 제품·서비스에 대해 일정 기간 동안 규제를 유예시키는 제도) 승인기가 다큐멘터리로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샌드박스 지원센터의 약 270여일 간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두 편이 제작돼 방영된다”고 10일 밝혔다. 다큐멘터리는 14일 오전 7시40분 SBS 「일요특선 다큐멘터리」와 8시30분 JTBC 「다큐플러스」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샌드박스란 사업자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때 법령을 개정하지 않고도 심사를 거쳐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제도로, 그동안 각종 규제로 인해 출시할 수 없었던 상품을 빠르게 시장에 선보일 수 있도록 한다.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는 지난해 5월 출범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다큐에서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고 아이디어가 발전을 해도 과거에 만들어 놓은 것에 해당이 안 되면 못한다”며 “상의가 법제 제도의 개혁에 눈을 돌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라고 설명했다.
다큐는 샌드박스를 통해 우리 일상으로 다가온 다양한 혁신 사례들이 잇따라 소개한다. 나투스핀의 ‘펫미업’은 반려동물 전용 택시 서비스로, 승차거부 걱정 없이 반려동물과 함께 이용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동물운송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데다 여객 운송 행위로 해석되어 위법의 소지가 있었다. 하지만 샌드박스를 통해 정식으로 특례를 부여 받음으로써 반려동물들이 편하게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무지개연구소의 도심순찰 드론도 마찬가지다. 사람 대신 드론을 이용해 도심의 노면점검이나 건물의 균열을 점검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이지만, 각종 비행구역 제한 등 규제에 막혀 사업 추진이 어려웠다. 하지만 샌드박스 특례 승인을 받음으로써 자유롭게 드론이 하늘을 날 수 있게 됐다.
특히, JTBC 다큐에서는 샌드박스를 통해 빛을 보게 된 사례들이 박 회장의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될 예정이다. 스타트업 쉐코의 해양오염 처리로봇 ‘쉐코아크’가 대표적이다. 쉐코아크는 무선으로 원격조종이 가능한 로봇으로, 내부에 기름과 물을 분리하는 장치를 갖고 있다. 기존에는 3척 이상의 선박을 보유한 ‘해양오염 방제업자’만이 바다에서 기름 수거작업을 할 수 있었지만,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작은 스타트업의 제품도 바다에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두 다큐에는 박 회장을 비롯한 대한상의 샌드박스센터가 과제 해결을 위해 애쓰는 과정도 담겼다. 박 회장이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 낡은 법제도로 인한 애로를 청취하고 공감하면서, 함께 국회를 찾아 법제도 개선을 호소하는 등 지난 여정들이 영상에 펼쳐질 예정이다. 이밖에 MGRV의 ‘코리빙’ 등 샌드박스 심의가 진행 중인 사례도 소개된다.
지금까지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를 통해 91건의 혁신 상품이 시장에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재 228건의 과제들이 접수돼 있다고 상의는 설명했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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