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그룹 내 한국노총 산하 8개 노조가 6.8%의 임금인상과 함께 정년 보장과 임금 피크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공동 교섭을 요구했다. 저성과자에 대한 임금 삭감 폐지와 함께 궁극적으로 고과 제도 폐지도 주장했다. 정부가 노사 의견을 절충한 직무급제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사실상 호봉제를 주장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8일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금속노련) 산하 8개 노조(이하 노조)는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공동교섭안을 주장했다. 전국삼성전자노조, 삼성디스플레이노조, 삼성웰스토리노조,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 삼성화재노조, 삼성SDI울산노조, 삼성생명직원노조, 삼성에스원참여노조 등이다.
노조는 각자 상황이 다른 8개 계열사가 공동 교섭에 나선 이유에 대해 “개별적·산발적으로는 삼성이라는 거대 자본을 상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동 요구안의 내용으로 △올해 임금 6.8% 인상 △하위 고과자 임금 동결 및 삭감 폐지 △단계적으로 성과급제를 고정급제로 전환 △법적 소송 대신 단체교섭으로 통상임금 문제 해결 △정년 만 60세 보장 및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내세웠다. 노조는 올해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공동 교섭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사실상 호봉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해 직무별로 임금 체계를 달리하는 직무급제 도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시대에 역행하는 주장이 될 수 있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조의 주장은) 모든 구성원에게 있어서 성과나 직무 평가를 하지 말고 성과를 나누자는 것으로 문제가 많아 보인다"며 "사실상 호봉제를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적으로 그룹 차원의 공동 교섭이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노조는 “제조업 금융업 서비스업 노동자가 하나로 뭉쳐 서로의 차이를 허물고 공동 요구안을 중심으로 거대자본 삼성과 맞설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삼성 그룹 계열사 별로 상황이 천차만별인데다 같은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시급제·월급제 등 임금체계가 다른 경우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 노조는 임금 인상 요구율은 사업장 별로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단체협약이 체결된 사업장이 재교섭에 나서야 하느냐는 지적에는 “기존 단협 평가가 좋았으면 기자회견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다”며 “(공동 교섭으로) 한 군데서 하는게 효율적”이라고 답했다.
/방진혁 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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