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의 극약처방에도 불구하고 ‘초고가(15억 초과)’ 아파트 거래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청담·대치·잠실’ 등 서울 강남 일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점을 감안해 보면 현금부자들의 고가주택 매입 열기는 식지 않은 셈이다.
7일 서울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에서 거래된 15억 원 초과 아파트 매매건수는 총 7,884건에 달했다. 금액으로는 16조 8,760억 원이다. 현재 서울에서 15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이 한 푼도 나오지 않는다. 지난 2019년 12·16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담보대출을 막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거래는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되지 않았던 2019년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치다. 지난 2019년 한 해 15억 원 초과 아파트 거래 건수는 7,922건이었다. 금액은 16조 6,820억 원이다. 2018년의 15억 원 초과 아파트 거래 건수(4,529건)와 거래 금액(9조 5,034억 원)과 비교하면 확연히 높다.
15억원을 초과한 서울 아파트 입주·분양권 거래는 더 늘어났다. 지난해 서울에서 거래된 15억원 초과 입주·분양권은 총 177건으로 거래 총액은 3,597억 7,743만 원 가량이다. 2019년 거래 건수(158건)와 거래 총액(2,851억36만원)보다 늘어났다.
작년 초만 하더라도 강력한 대출규제 영향으로 15억 원 초과 아파트 거래는 주춤했다. 하지만 ‘패닉 바잉’으로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달궈진 6월, 1,588건의 초고가 아파트가 거래되며 분위기가 전환됐다. 초고가 아파트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의 가격을 지수화한 KB국민은행의 선도50지수를 보면 지난해 이들 고가단지의 가격은 12.47% 상승했다. 12·16 대책의 영향으로 3월부터 5월까지 하락했지만 6월부터 상승 전환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시장을 보면 실수요자들이 움직이는 상황”이라며 “초고가 아파트의 경우도 자금력을 충분히 지닌 사람들이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패닉 바잉과 전세대란도 초고가 아파트 거래에 영향을 미쳤다”며 “고가 전세 수요가 고가 아파트 매수 수요로 옮겨가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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