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가 언어, 문화 차이 탓에 우리나라에서 일을 배우는 속도가 늦는 점을 고려해 3개월에 불과한 수습 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소기업은 외국인 근로자의 숙련도가 내국인 근로자에 못 미치지만 비슷하거나 더 많은 인건비를 부담하는 상황이 부당하다고 호소해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2일 연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외국인력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윤정현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국인 노동자는 내국인 근로자 수준으로 일하려면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숙련도를 높여야 한다"며 "한국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 수습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가 중기중앙회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589곳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외국인 근로자가 3개월 미만으로 일하면 내국인 근로자 대비 생산성이 64%에 그쳤다. 1년 이상 일한 뒤에야 93%로 올랐다. 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 고용의 어려움으로 문화적 차이(57%)를 꼽았다.
기업들의 불만은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 근로자처럼 일하지 못하면서도 두 근로자군의 인건비 차이가 거의 없어서다.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의 월 평균 인건비는 숙식비(35만 원)를 포함해 261만 원이다. 내국인 인건비를 100으로 하면,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는 109%로 외국인의 월급이 더 많게 된다.
현재 외국인 근로자의 수습 기간은 기업과 근로자가 3개월 이내로만 정할 수 있다. 중기중앙회는 이 수습 기간을 최소 1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날 토론 참석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허현도 부산풍력발전부품사업조합 이사장은 "외국 근로자의 생산성은 내국인에 비해 못 미치지만, 회사 비용 부담이 내국인보다 많다"며 "내국인 근로자가 역차별 받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반면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에 이민자가 두 번째로 많다"며 "사업주의 일방적 이익 측면 보다 노동권 보장에 대한 논의가 요구된다"고 반박했다. 중소기업 인력난을 외국인 근로자가 해결하는 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외국인 근로자 수가 감소한 점 등을 고려해 외국인력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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