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는 최근 회의에서 지난해 부동산 정책의 성과에 대해 “주택 매수자 중 무주택자 비중이, 매도자 중 법인 비중이 늘어나는 등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정부는 두 달에 한 번 꼴로 집값 대책을 내놓았다. 옥죄면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고, 공황 매수는 잠잠해지고, 시장에 법인 발 급매물이 넘쳐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홍 부총리 발언과 달리 20대도 아파트 사자에 나섰고, 세무조사 엄포에도 증여는 더 늘었으며, 다주택자들은 지방 매물을 팔았다.
<법인·다주택자, 증여하고 서울 집은 지켰다>
우선 법인들은 정부의 겹 규제로 지난해 하반기 주택 매물을 쏟아냈다. 하지만 세부 통계를 보면 지방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등 수도권은 남겨놓고 지방을 처분한 것. 지방에서 내놓은 매물도 개인이 대부분 사들였다. 법인을 옥좨 집값을 진정시키겠다는 정부 계획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7~12월) 법인이 아파트를 개인에게 매도한 건수는 전국적으로 3만 831건으로 집계됐다. 법인을 겨냥한 각종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전인 상반기(1~6월) 건수인 1만 9,183건보다 1만여 건 늘어난 수치다. 증감률로 보면 60.7%다.
법인 아파트 매도는 지방에서 두드러졌다. 법인→개인 거래량이 가장 크게 늘어난 지역은 광주다. 지난해 상반기 277건에서 하반기 1,340건으로 증가율이 383.8%다. 이 기간 대구도 334건에서 971건으로 190.7% 늘었고 세종이 453건에서 1,301건으로 187.2%, 전북이 460건에서 984건으로 113.9% 증가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서울은 지난해 상반기 861건이었던 법인→개인 매매 건수가 하반기 1,225건으로 42.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인천은 1,100건에서 1,143건으로 증가율이 3.9%에 불과했고 경기는 57.9%를 기록했다.
다주택자들은 파는 대신 증여를 택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아파트 증여는 9만 1,866건으로 지난 2006년 관련 통계가 공개된 이래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아파트 증여는 2018년 6만 5,438건에서 2019년 6만 4,390건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43% 증가했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지난해 2만 3,675건으로 전년(1만 2,514건) 대비 1.9배로 급증하며 역대 최다치를 경신했다.
<20대마저 공황 매수 나서나... 시장은 불안>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패닉 바잉’ 대열에 30대뿐만 아니라 20대 또한 대거 합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공황 매수’를 진정시키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반대의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거래 건수는 총 10만 6,027건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30대가 2만 9,079건을 매수했다. 전체 비중의 27.4%를 차지하며 여타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40대는 2만 8,824건을 사들이며 27.2%의 비중으로 그 뒤를 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20대 이하 아파트 매수 건수가 대폭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20대 이하 아파트 구입 건수는 7,098건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비중 또한 6.7%를 차지했다. 20대 이하 아파트 매수 비중은 지난해 1~6월 4% 초반대를 보였으나 10월 5.4%, 11월 5.6%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집값 향방에 대해 오는 4~5월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정부가 설 이전에 특단의 공급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6월부터는 더욱 강화된 양도소득세가 시행된다. 결국 두 가지 조치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이다. 한 전문가는 “시장에서는 사실 정부의 대책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시장 스스로 집값이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자율적인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양지윤·권혁준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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