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골프장과 숙소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격상 전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다녀왔음을 알려드립니다.
이번 ‘골카’는 골프 잔디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즐거운 라운딩을 위해서라면 날씨뿐 아니라 잔디 역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죠. 매일 연속된 강추위로 인해 푸릇푸릇한 잔디를 밟던 지난 라운딩 사진을 찾아보는 시간이 늘어났는데, 문득 지난해 초 방문했던 세이지우드 컨트리클럽(CC) 홍천이 떠올랐습니다. 지난해 초 블루마운틴 골프장에서 세이지우드CC 홍천으로 이름을 바꾼 뒤로는 첫 방문이었는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골프장이기도 합니다. (세이지우드 골프장은 여수 경도에 하나 더 있습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애착을 갖고 만든 세이지우드의 잔디는 관리가 잘 돼 있을 뿐 아니라 질이 좋기로 유명하죠. (박 회장은 일 년 중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세이지우드 홍천에서 지낸다고 합니다.)
동반자들과 라운딩을 다니다 보면 특히 골프장 잔디에 대해 평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양잔디만 고집하는 분이 계신가 하면 “나는 무조건 조선 잔디가 맞아”라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있죠. 그래서 잔디별 특징, 종류 등이 궁금해 찾아보며 골프장을 다닐 때마다 저와 맞는 잔디가 뭘까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지난봄 개장 직후 다녀온 더크로스비 골프장이 페어웨이에 잔디가 덜 자라 모래밭에서 친 뒤로 잔디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게 됐습니다...)
골프장 잔디는 크게 한지형 잔디(양잔디)와 난지형 잔디(한국 잔디 혹은 조선 잔디)로 구분이 됩니다. 양잔디는 켄터키블루그래스, 퍼레니얼라이그래스, 톨페스큐, 파인페스큐류, 크리핑벤트그래스가 있고, 한국잔디는 한국잔디류, 버뮤디그래스, 하이브리드 버뮤다그래스가 있다고 합니다. ‘패스큐’로 분류되는 잔디는 러프에 종종 심어져 있는데, 일명 ‘귀신풀’이라고도 불리는 매우 길고 공을 감춰버려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시합 전후로 골프장을 방문하면 ‘귀신풀’로 매우 난항을 겪을 수 있습니다. 잡초의 길이가 60~80cm까지 이르기 때문입니다. 학구적인 설명은 잊어 버리고 간략하게 요약을 하자면 양잔디는 멋을 부리는 머리 짧은 ‘힙스터’ 헤어컷 느낌이라고 하면 조선잔디는 우직하고 뻣뻣한 스포츠 헤어컷의 느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세이지우드와 같이 양잔디가 깔린 골프장은 비단결과 같은 매끄러움이 특징입니다. 양잔디는 서양에서 도입한 잔디로 잎이 가늘고 밀도가 높습니다. 대부분 양잔디를 운영하고 있는 골프장은 페어웨이의 잔디를 짧게 깎기 때문에 잔디의 표면과 지면과의 차이가 한국 잔디의 절반 수준이라고 합니다. 반면 한국 잔디는 따뜻한 지역에서 잘 자라며, 잎의 뻣뻣함이 특징입니다. 하절기에는 녹색, 동절기에는 노랗게 색이 변하며, 잔디의 뻣뻣함으로 티 위에서 볼을 치는 느낌으로 비교적 편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어 초보 골퍼들이 스윙하기 유리하다네요. 통상적으로 쓸어치는 스윙을 많이 하는 초보 골퍼들이 잔디 위에 골프공이 어느 정도 떠 있어야 스윙하기가 편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밀도가 낮아 저항이 크지 않습니다.
양잔디 골프장은 겨울 추위에 강하며 겨울에도 잔디의 색이 녹색을 띄며 잘 자랍니다. 그러나 여름에는 약한 탓에 여름에 라운딩을 가 보면 잔디가 죽어 황무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양잔디는 노랗게 변하지 않는 대신 고온과 건조에 약합니다. 이 때문에 여름에는 강한 햇볕에 잔디가 많이 탄다고 합니다. 지난 회에 다뤘던 해남 파인비치CC의 페어웨이가 켄터키블루그라스로 돼 있어 겨울에도 푸릇푸릇한 잔디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네요. 공을 딱딱 찍어서 치는 임팩트가 좋은 골퍼에게 유리한 편이라 주로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들은 양잔디를 운영하는 곳이 많죠. 페어웨이에서 임팩트를 정확히 맞출 경우 골퍼의 로망 ‘디봇’자국을 새길 수도 있습니다! (일명 ‘돈까스’라고도 하는, 잔디가 뭉터기로 빠져 날라가는 그 디봇 말입니다.)
세이지우드 홍천은 양잔디의 질이 좋아 폭신폭신한 효과까지 느껴집니다. 이 곳은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27홀 골프장입니다. 세이지우드 홍천은 소뿔산 중턱 해발 760m의 산악지형에 위치한 덕분에 여름에 시원한 라운딩을 할 수 있는 반면, 겨울에는 너무 추워 라운딩을 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죠. ‘중력의 힘을 덜 받아 공이 더 멀리 간다’는 말이 있을 만큼 비거리가 조금 늘어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세이지우드는 드림, 비전, 챌린지 코스 순으로 어렵습니다. 비전코스는 물이 많고, 챌린지 코스 5번 홀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전체 홀을 볼 수 있죠. 비전코스의 경우 5번홀에서 골프용품 ‘타이틀리스트’의 텔레비전 광고에서 길고 넓은 연못 너머 그린을 향해 티샷하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세이지우드의 강점이라고 하면 골프텔로 지어진 고급 리조트입니다. 프레스티지 펜트하우스, 프레스티지 스위트, 로열스위트, 주니어스위트 등으로 호캉스를 즐길 수 있는 이 곳은 프라이빗함 덕분에 인기가 많습니다. (다른 날 방문할 기회가 있어 프레스티지 스위트에 묵게 됐는데, 방마다 딸려 있는 욕실에 스타일러까지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
이날 골프장을 함께 간 차량은 2020 포드 익스플로러 리미티드 모델이었습니다. 포드의 정체성이자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터줏대감격인 익스플로러는 강원도 산지와도 잘 어울렸습니다. 오프로드 전용 차량답게 묵직함과 파워풀함, 그리고 넓은 내부 공간까지 패밀리카 다웠습니다. 340마력의 출력과 42.9kg·m의 토크가 2톤이 넘는 차체를 가볍게 이끄는 데다 10단 자동변속기는 부드러움을 선사했습니다. 하지만 아날로그적인 실내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듯 싶었고, 어중간하게 변한 신형에서는 포드의 정체성이 퇴색된 듯 보였습니다. 익스플로러의 영속성을 위해서는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일 듯 싶었습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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