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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중후장대→4차산업…"코스피는 산업 변화의 거울"

은행株, 80년대 시총 상위권 점령

中 경제 발전 후광 입은 중후장대

2000년대 들어 2,000시대 열어

반도체·바이오·배터리·플랫폼 등

3,000시대엔 신성장 산업이 대세





코스피지수가 장 중 3,000을 넘어선 것은 국내 증시가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에서 신규 성장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코스피 1,000포인트 시대를 열었던 지난 1980년대 증시가 은행주 중심이었다면 대형 가치주들이 주도했던 2,000포인트 시대를 넘어서 이제는 반도체·2차전지·배터리·인터넷·전기차가 증시의 중심에 섰다. 증시가 산업구조 재편을 고스란히 반영한 셈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1,003.31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1,000포인트 시대를 열었던 1989년 3월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컸던 종목은 포항제철이었다. 다음으로 한일은행·제일은행·서울신탁은행·한국상업은행·조흥은행이 자리해 시가총액 2~6위가 모두 은행주였다. 삼성전자(005930)가 7위로 그 뒤를 이었으며 8위 금성사, 9위 현대건설, 10위는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이 차지했다. 고도성장 시대인 만큼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전통 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00년대 들어 2,000포인트 시대를 연 것은 대형 가치주였다. 코스피지수가 2,004.22를 기록해 처음으로 2,000포인트 고지를 밟았던 2007년 7월 25일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는 지금도 그렇지만 삼성전자였다. 하지만 2위부터는 POSCO(005490)·한국전력·국민은행·현대중공업·신한지주·우리금융·현대차(005380)·하이닉스·SK텔레콤 순으로 급성장하는 중국 경제의 후광을 입은 중후 장대 산업과 경기 민감주, 전통적 가치주들이 대거 포진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성장성이 꺾이기 시작하면서 이 종목들은 대부분이 시총 10위 밖으로 밀려났으며 코스피지수도 지루한 ‘박스피’ 상태가 지속됐다.

반면 코스피지수 3,000을 달성한 현재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다양한 업종이 균형감 있게 포진한 모습이다. 반도체 업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가 시가총액 1·2위를 차지한 상황에서 2차전지 기업인 LG화학(051910)삼성SDI(006400)가 각각 3위와 7위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4위에, 국내 바이오시밀러 산업 개척 기업인 셀트리온(068270)도 6위에 올라 있다. 인터넷 플랫폼 업체인 NAVER와 카카오(035720)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쓴 지난해 급성장하면서 각각 5위와 9위에 자리했고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 등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012330)가 각각 8위와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코스피지수 3,000포인트 시대를 연 것은 소위 4차 산업으로 분류되는 신성장 기업인 셈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3,000포인트를 돌파한 것은 결국 산업구조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며 “기업들의 성장성을 비추는 거울이 주식시장임을 고려하면 지금 형성된 종목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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