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순매수한 규모는 60조원에 달한다. 또 올 1월부터 7월에는 13조원에 달하는 해외 주식을 순매수했다. 예탁금을 합치면 올해 중 대략 100조원에 달하는 국내 개인 자금이 국내외 증시로 몰렸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관찰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상승장에서 최고치를 갈아 치우며 오르는 종목들과 전고점보다 한참 밑에서 더 이상 오르지 못하는 종목들이 나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비싼 주식이 더 비싸지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일단 저금리가 장기화함에 따라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데 초점을 맞춘 설명이 많다. 금리가 워낙 낮다 보니 먼 미래의 수익을 앞당겨서 반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오르던 종목의 주가가 이후에도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이 현상을 저금리와 비대면 문화의 수혜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환경 변화로 이미 잠재력이 컸던 기업들의 가치가 더 부각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들 기업의 공통된 특징은 풍부한 ‘무형자산’을 보유한 기업이라는 점이다.
회계업계와 주식시장에서는 주로 유형자산을 토대로 가치를 산정한다. 실제로 전통 제조업체의 경우 투자를 해서 쌓아놓은 토지와 공장·생산설비 등은 앞으로 이 기업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는가를 가늠할 중요한 기준이 된다. 물론 전통적인 가치 평가 방법론에서도 영업권·특허권 등 무형자산이 기업 가치 산정에 수치로서 포함된다.
하지만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며 일부 기업의 가치는 지금까지와 달리 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들로 평가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의 발달과 함께 ‘서비스형 시스템(Everything as a Service)’으로의 변화가 진행되고 일부 기업들이 이를 통해 엄청난 이익을 벌어들이면서 기존 방식으로는 이들 기업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을 이끄는 ‘이야기(story)’가 기업의 가치로 환산되기 시작했다. 기업 문화·브랜드 충성도 등 기존에는 측정하지 않았던 많은 요소들이 포함된다. 예로 애플·테슬라 등의 가치가 높은 것에는 그들이 만들어 제공하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기업 문화, 사용자들의 자부심을 불러 일으키는 매력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작용한다. 즉 계산 가능한 특허권·영업권뿐 아니라 계산이 어려운 무형자산을 같이 고려해야 기업의 적정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무형자산 평가는 객관성이라는 측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사람에 따라 해당 자산의 수치적 가치를 천차만별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가치는 때로 증가하기도 떨어지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경영진이 그 가치를 과대 평가해 주주를 호도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제 투자자라면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무형자산의 가치를 세심하게 분석해야 하고 회사의 경영진과 구성원 역시 그 가치를 키우는 동시에 주주들과 정확하게 소통해야 할 시대가 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