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트위터에 ‘김칫국 마시지 말라’는 표현을 영문으로 해석하는 트윗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이 해를 넘기며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언론이 분담금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보도를 내놓으면서 이를 부인하는 의도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협상타결 지연으로 무급휴직에 들어간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가슴 아픈 날”이라고 한 다음날 국내 언론을 비꼬는 듯한 트윗을 올린 것은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트위터를 통해 “오늘 이걸 배웠다”며 “Don’t count your chickens before they are hatched = don’t eat your kimchi stew before the time is right”라고 적었다. 이는 영어 속담 ‘알이 부화하기 전에 닭을 세다’를 한국식으로 표현해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고 설명하는 내용이다.
그는 이후 약 7시간 뒤 다시 트위터에 ‘김칫국 마시다’의 발음법과 단어의 뜻을 해설한 게시물을 올렸다. 다른 트위터 사용자가 그에게 보낸 게시물을 리트윗한 것으로, 외교가에서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김칫국 마시다’라는 말을 연달아 언급한 것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잠정 타결됐다는 언론 보도를 우회적으로 부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일 한미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잠정 합의했고 이르면 이날 오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미국 정부는 다음날인 2일 “아직 협상은 진행중”이라고 부인했다. 이에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당사자나 다름없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우리 측의 기대감을 ‘김치국 마시는 것’으로 비꼰 셈이다.
반면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 1일 분담금 협상 지연으로 4,000여명의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이 무급휴직에 들어가자 이를 놓고 “오늘은 우리에게는 유감스럽고 상상할 수 없는 가슴 아픈 날”이라며 “한국인 직원에 대한 부분적 무급휴직은 우리가 전혀 기대하거나 희망했던 일이 아니다”는 영상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급휴직은 분담금 협정의 부재로 인해 초래됐고 양국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 협정 타결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겠다”고도 했다. 이렇듯 협정 지연으로 인해 자신의 관할 부대에 대규모 무급휴직자가 나온 상황에서 협정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김칫국 마시지 말라’는 말로 조롱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타결설’이 나온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협상에 대해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 했다”고 밝혔다. 한미 양측 모두 신중한 기조를 보이고 있는 모양새다.
3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타결이 임박했다는 일부 한국 언론들의 보도에 대한 입장을 묻자 말을 아꼈다. 미 국방부도 “공유할 것 없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 역시 전날 ‘한미 방위비 협상 동향’과 관련 “방위비분담 협상 관련 고위급에서도 계속 협의해왔으나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외교부가 밝힌 ‘고위급 협의’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간 전화 통화를 의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이르면 1일쯤 타결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언론 보도로 나왔지만, 예상보다 최종 합의까지 시일이 더 소요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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