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영사인 모건스탠리PE와 신한대체운용이 국내 ‘최장수’ 미매각 기업인 전주페이퍼 처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인적분할을 추진해 매입 부담을 낮추는 한편 최근 재무담당 임원까지 교체하면서 내년 중 매각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눈에 띄는 원매자들이 나타나지 않아서다. 이런 가운데 펀드 출자자(LP)로 전주페이퍼에 투자했던 국민연금까지 출자금 회수를 압박하고 있어 회사 매각 여부에 관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PE는 내년 중 전주페이퍼를 매각한다는 목표 아래 사전정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주페이퍼를 인적분할해 전주페이퍼와 열병합발전소기업인 전주원파워로 나누는 방안이 지난 8월 주주총회에서 통과됐고 100억원대 물류대금 소송에 대해서도 최근 물밑 합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PE 측이 전주페이퍼 매각을 서두르는 것은 이 회사 2대 주주인 신한대체운용이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으로부터 출자금 회수 압박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대체운용은 2008년 2호 펀드를 통해 전주페이퍼의 지분 42%를 취득했는데 ‘엑시트(자금회수)’에 실패하면서 펀드 만기(2015년) 이후 4년이 넘도록 펀드 청산을 미루고 있다. 신한대체운용이 이 펀드를 통해 투자한 에버다임·이투스·SK건설 등은 모두 회수했지만 전주페이퍼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국민연금은 청산 시점이 기약 없이 지연되자 ‘만기 이후 청산이 끝나지 않으면 투자자(LP) 지분을 운용사(GP)가 인수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출자금을 되돌려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요청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하지만 국내 최대 LP의 요청을 단칼에 거절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전주페이퍼 매각에 실패할 경우 신한대체운용은 신한금융지주에 증자를 요청해 수백억원대 출자금을 돌려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년에도 회사 매각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유력 원매자로 꼽히던 한솔제지가 이미 8월 전주페이퍼 인수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한솔제지는 1988년 전주페이퍼의 전신인 자사 신문용지 사업부문을 떼어 내 매각했다가 재인수를 검토했으나 비용 대비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자체 결론을 내리고 전주페이퍼와 태림포장 인수전에서 모두 철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전주페이퍼 매각을 포기하는 대신 실적이 양호한 전주원파워부터 매각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일범·김기정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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