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닥 시장이 미중 무역분쟁과 제약·바이오 분야의 잇딴 악재속에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시가총액 상위 기업의 지형도 급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시총 상위 10개 기업을 점령하다시피 했던 바이오기업의 기세가 꺾이고, 일본 수출규제의 반사 이익이 전망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주가가 가파르게 성장하며 이 자리를 꿰찼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코스닥 지수는 지난해 말(12월 28일)보다 0.99%(6.64포인트) 떨어진 667.88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아직 거래일이 하루가 남았지만, 이대로라면 코스닥 지수는 2년 연속 하락하거나 현상 유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증시가 전반적으로 힘을 받지 못한 가운데 제약·바이오 섹터의 잇딴 악재와 일본의 수출 규제가 더해지며 부진한 장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들 이슈와 관련한 기업의 희비가 엇갈리며 시총 상위 기업의 구성도 눈에 띄게 바뀌었다.
우선 바이오기업의 부진이 눈에 띈다. 지난해 말 코스닥 시총 상위기업 10개 중 7개에 달했던 바이오기업은 지난 27일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 등 3개로 대폭 줄었다. 신라젠과 코오롱티슈진, 셀트리온제약, 메디톡스 등은 10위 밖으로 밀려 났다. 주된 원인으로는 임상 실패가 지목된다. 올해 초 시가총액 2위였던 신라젠은 항암 바이러스 물질 ‘펙사벡’이 미국 내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로부터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지난해 말 7만3,500원이었던 주가가 1만4,050원까지 빠지면서 시총 순위도 26위로 밀려났다. 시총 8위였던 코오롱티슈진은 신약 성분이 뒤바뀐 ‘인보사 사태’로 시총 82위로 밀려난 데 더해 거래정지 상태로 상장폐지 위기에까지 몰렸다. 메디톡신을 불법 유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메디톡스는 5위에서 11위로, 연초 어닝쇼크를 알린 셀트리온제약은 10위에서 18위로 후퇴했다.
시총 상위 기업으로 남아 있는 기업들도 임상 이슈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헬릭스미스는 당뇨병성신경병증 신약 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 실패 소식이 전해지며 시총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에이치엘비 역시 임상 관련 이슈로 시총이 급등락하기도 했다.
주요 기업의 부진으로 제약·바이오 분야 전반도 올 한해 약세를 보였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신라젠, 헬릭스미스, 에이치엘비, 코오롱티슈진 등이 제외된 중소형 제약기업들로 구성된 코스닥제약지수 역시 지난해 말(8,878.03)과 비교해 15.53% 하락한 7,499.54에 머물렀다
바이오 기업이 빠져나간 시총 상위 기업 자리를 점령한 것은 정부가 한일 무역 갈등을 계기로 전격적인 육성을 선언한 ‘소부장’ 기업이다. 특히 연초 시가총액 이 4,148억원 수준에 머물렀던 케이엠더블유의 시총은 2조원 넘게 성장하며 코스닥 시총 순위 6위를 꿰찼고, 반도체 소재업체인 SK머티리얼즈는 15위에서 7위, 원익IPS는 36위에서 9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내년에 바이오기업들이 올해와 달리 상승세로 전환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앞둔 소부장 기업과 함께 코스닥 시장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 간 코스닥 시총 상위 기업 자리를 둔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연구개발 인력의 유입과 자금투입, 임상 경험 축적으로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만큼, 내년 바이오주는 변동성 가운데서도 상승 모멘텀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해 소부장 경쟁력 강화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직접 지원과 소부장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등이 늘어남에 따라 자금유입이 이뤄지며 이들 기업에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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