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지 못해 아예 사업을 접기로 하고 법원을 찾은 기업 수가 11개월 만에 연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재기를 노리는 기업 수는 지난해 연간 수치보다 아직 적은 데 반해 제조업이 몰린 지역을 중심으로 유독 파산 건수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 11월 전국 법원 파산부에 들어온 법인 파산신청 건수는 총 79건을 기록해 11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올 들어 11개월간 누적 파산신청 건수(848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지난 2006년 이후 연간 최대치에 도달했다. 12월 치가 포함되지 않은 수치임에도 기존 파산신청 최대치였던 지난해 연간 수준(807건)을 41건이나 추월했다. 법인 파산 건수는 올 1~7월 7개월간 한 달도 쉬지 않고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다 8월에 한번 주춤한 뒤 9~11월 또다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11월 기업회생신청 건수는 91건으로 지난해 11월(120건)보다도 29건이나 적었다. 11개월 누적 연간 신청 건수(920건)도 지난해 연간 수준(980건)보다 여전히 적다. 그나마 재기를 도모하려는 회사들보다 사업을 포기한 기업들의 증가 속도가 월등히 빠른 셈이다.
지역별로는 서울보다는 제조업체가 많은 지방에 파산신청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실제로 수원지방법원을 비롯해 인천·의정부·울산·전주지법 파산부는 10월 기준으로도 기존 역대 최다 연간 파산신청 건수를 넘어선 상태다.
법조계와 재계는 세계 경기가 하락세로 접어들고 내수시장·수출시장도 녹록지 않은 만큼 앞으로도 쓰러지는 기업이 더 속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회생법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파산신청을 받다 보면 평균적으로 계속기업가치가 떨어져 공장을 더 돌릴 이유가 없는 회사들이 많이 늘었다는 것을 확실히 체감한다”며 “그나마 제조업체가 적은 서울은 상황이 낫지만 지방의 경우 한계상황에 도달한 업체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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