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HDC(012630)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020560)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기내 청소 등 일부 용역·서비스업에 대해 매입자 측에 3년 연장 계약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측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지분(31.05%) 매입 가격을 두고도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어 용역 거래 연장 여부가 최종 주식매매계약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통해 항공운송지원서비스업체인 케이알·케이에이·케이오·에이오 등의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기내 청소 및 담요·이어폰 등 기재물품 공급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매출처는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에어포트, 에어서울 등이며 지난해 4곳 합산 기준 약 617억원의 매출과 1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호 측에서 최초 계약서를 마련할 때부터 문화재단 소속 자회사에 대한 3년 계약을 요구했었다”며 “거래 규모가 매매계약을 좌우할 정도로 큰 것은 아니지만 기한을 약정한 바인딩(의무) 조항이어서 매입자 측에서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HDC는 정몽규 회장이 직접 나서 아시아나 매입을 선언한 뒤 곧장 회사 CI(기업이미지) 교체 작업에 들어가는 등 HDC 색깔 입히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담요 등 소모품은 작은 물건이지만 항공사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핵심 비품이어서 경영진이 각별히 신경을 쓰는 물품으로 알려져 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문화재단 이사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가 박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관련 재단 소속 자회사와 계약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탓이다. 케이알 등 계열사들은 문화재단에 매년 15억원 가량을 배당하고 있다.
IB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HDC가 아시아나 구주 가격으로 가장 낮은 값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용역 계약을 맺지 않는 대신 구주 가격을 일부 올려주는 방안이 협의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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