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7월 일본 수출규제 이슈가 터지자 부처 장관들이 참석하는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만들었다. 녹실회의와 경제현안조율회의 등으로 흩어져 있던 대응체계를 하나로 모은다는 취지에서다. 이와 맞물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당국자들이 모여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까지 참석 대상이 되면서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로 재편됐다.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는 주 2회 열리다가 최근에는 1회로 줄었다. 여기에 소재·부품·장비경쟁력위원회까지 만들어지는 등 일본 수출규제 사태에 파생된 회의체가 남발되고 있다. 이처럼 이슈가 터지면 회의체가 대거 급조되지만 실질적 성과를 내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자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요즘 “회의가 끝나기 무섭게 회의 준비를 한다”는 얘기가 쏟아진다. 사태가 터지면 일단 회의체부터 꾸려 돌리면서 안건이 중복·반복되거나 쥐어짜내기·보여주기식으로 회의가 운영되는 등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무자들의 피로감도 상당하다. 경제부처의 한 공무원은 “사안이 발생하면 대외적으로 뭔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관료적 습성”이라고 털어놓았다.
문제는 정부 내에 이처럼 수많은 회의체가 운영되고 있지만 출구전략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문제가 터지면 회의체와 위원회 꾸리기에 바쁠 뿐 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논의로 발전시키는 구조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에 회의와 대응조직 남발이 두드러진다. 최근 서비스산업 발전 필요성이 커지자 지난달 아예 서비스산업혁신기획단을 새로 꾸렸고, 서비스산업 자문단까지 구성돼 회의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8일에는 범부처 바이오산업혁신태크스포스(TF)까지 만들어졌고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자 부동산시장점검회의가 주 1~2회로 정례화됐다. 이 밖에 혁신성장점검회의·재정점검회의 등이 끊임없이 주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세종=한재영·백주연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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