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19일 개최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위한 회의가 예정과 달리 중단된 것도 이례적이지만 이에 대해 양측이 연쇄적으로 공개 브리핑에 나선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회의 도중 먼저 자리를 뜬 미국 측은 “위대한 동맹정신에 입각해 한국이 새 제안을 내길 바란다”고 말했고 우리 측은 “지난 28년간 한미가 합의해온 틀 안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 모두 연내 타결을 희망하는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차기 회의를 열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나 항목 신설 및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미국과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우리의 입장 차가 워낙 커 이견 조율을 하다가 해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미국이 요구하는 분담금 총액은 50억달러(5조8,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올해 분담금의 5배가 넘는 수준이다.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단은 이날 오전10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전날에 이어 다시 마주 앉았다. 양국 대표단은 11차 SMA 체결을 위한 1차 회의를 지난 9월 서울에서, 2차 회의를 지난달 하와이에서 진행한 데 이어 이달 18~19일 1박 2일 일정으로 서울에서 3차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당초 오후5시께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11시 30분께 조기 종료됐다. 이에 외교부는 “제11차 방위비분담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협상과 관련한 회의 조기 종료 사실을 정부가 공개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은 회의 파행 직후 배경 설명을 브리핑하기 위해 용산구 남영동 미국대사관 별관으로 이동했다. 굳은 표정으로 브리핑 공간에 들어선 드하트 대표는 미리 준비해온 성명을 읽었다. 그는 “불행하게도 한국 측의 제안이 상호 공정하고 공평한 분담을 요구하는 우리 측 입장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그 결과 우리는 한국 측이 재고할 수 있는 시간을 더 주기 위해 오늘 회의를 짧게 끝냈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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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韓 대표 “원칙적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
그간 협상 과정 공개에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던 정은보 한국 측 협상 수석대표도 이날 오후 외교부 브리핑룸에 등장했다. 정 대표는 “미국 측의 전체적 제안과 저희가 임하고자 하는 원칙적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계속 노력을 해서 상호 간에 수용 가능한 분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내를 갖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미국 측이 요구한 총액과 항목 신설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현행 SMA는 주한미군의 한국인 고용원 임금과 시설 건설비 등을 한국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으나 미국은 현재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역외 훈련비용 등까지 신규로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미국에서조차 과도한 요구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입장은 크게 세 가지”라며 “기존 SMA 틀을 유지하면서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분담을 해야 하고 국내적으로 국민들이 수용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관저로 불러 방위비 분담금 50억달러를 내라는 요구만 20번 정도 반복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수십년간 많은 대사를 뵙기는 했지만 이런 경우는 저로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만 진행자의 ‘기분이 나빴냐’는 질문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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