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경쟁심화와 한한령 여파로 화장품 매출이 하락한 가운데 화장품 업계가 고강도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을 통해 내실을 다져온 만큼 실적 기대감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중국 최대 쇼핑일인 광군제(11일)가 한 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5억명의 중국 소비자들이 쇼핑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반등의 신호탄은 아모레퍼시픽(090430)이 쐈다. 지난달 30일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2.5% 오른 1,075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하자 14.29% 급등 마감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30% 가까이 올라 지난 5일 20만원을 돌파했다. 약 6개월 만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깜짝 실적에 LG생활건강, 한국콜마,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 등 화장품 관련주들의 주가는 동반 상승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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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 3분기 실적이 최근 높아진 기대치를 상회하며 3년만에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록했다”면서 “실적 성장 이유는 △면세점 성장세 △이커머스 채널 국내(50%), 중국(30%) 성장 △역직구 채널 세자릿수 성장 마케팅 비용 축소(yoy -3.6%)에 따른 이익률 개선 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시장기대치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면서 추세적인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특히 최근 대 중국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화장품 업종 밸류에이션이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화장품 소매판매는 전년도 말을 기점으로 올해 내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서 발표한 10월 화장품 수출 잠정치는 5.16억 달러로 전년동기비 13%, 전월비 11% 증가했다. 중국과 일본향 수출이 월 최대 수출을 달성하며 성장을 주도했다. 전날 통계청은 올해 3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액이 전년동기 대비 65.2% 증가한 1조5,156억원을 기록,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14년 이후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긍정적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중국인 관광객 수는 1년 전보다 27.1% 늘어났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산업 지표가 뚜렷한 회복세로 전환된 상황에서 대표주 아모레퍼시픽의 어닝서프라이즈는 화장품 업종 전반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화장품 업종 밸류에이션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펀더멘탈이 양호한 종목들은 모두 합리적인 투자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는 LG 생활건강, 한국콜마, 코스맥스, 클리오, 네오팜, 연우, 펌텍코리아 등 주요 업체들의 순차적인 주가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의 서프라이즈 실적이 화장품 업종 전체의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중국 수출 호조가 일부 대기업에 국한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수출 호조에도 상장기업 중 대중수출이 견고한 곳을 찾아보기 힘들며, 대체로 성과가 예전만 못한 기업이 대다수”라며 “중국의 젊은 소비자의 수요가 글로벌 화장품과 중국 및 인디 브랜드 등으로 일부 이탈한 만큼 ‘수출 호조’가 상장기업 전체의 투자심리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중국 수요가 면세와 중국 현지에서 표출되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형사 및 유아용품 브랜드 중심으로 압축 대응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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