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정의, 평등에 대한 레토릭이 주변에 너무 많다. 솔직히 기업인들은 (정부가) 어떤 공정을 이야기하고, 무엇을 위한 정의를 이야기하고, 누구를 위한 평등을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이 5일 정부를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것도 ‘경제검찰’로 불리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을 바로 앞에 두고서다.
강 회장은 5일 서울 서초구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열린 조 위원장 초청 CEO 조찬강연에서 “기업가 정신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기업인들은 항상 새로운 길을 찾아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며 “그러한 생리 때문에 다른 경제 주체나 환경과 갈등을 빚는 일이 많았지만 그럴수록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다듬고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인들은 밀턴 프리드먼의 ‘나쁜 시장이 착한 정부보다 낫다’는 말을 편하게 생각하지만 기업 활동을 힘들게 하는 많은 일들이 있다”며 일감 몰아주기나 내부 거래, 중소기업 인수합병 문제, 대기업 역차별 등을 대표적으로 꼽았다. 강 회장은 “기업인은 공정과 정의, 평등을 원하는데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지급하는 상납금이 노조 정치화에 쓰이고, 아무리 봐도 평등하지 않은 어용 단체 협약들도 시정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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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강 회장은 최근 검찰이 승합차 호출서비스 타다를 불법으로 규정한 데 대해 “정부가 공정의 잣대를 잘못 들이댔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거래법 제1조는 ‘자유경제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공정은 공정한 경쟁을 뜻하며 그 목적은 소비자 보호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며 택시 대신 타다를 선택한 수많은 소비자들의 의견이 묵살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3월 미국 제3순회항소법원이 택시 자격증 보유자들이 우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반독점법(미국 공정거래법)은 경쟁을 보호하려고 존재하지, 경쟁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결 사례도 선보였다. 그는 “신산업에 뛰어드는 기업인들을 정부가 막아선다면 우리는 택시가 아닌 마차를 타고 컴퓨터가 아닌 주판을 쓰고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가 공정을 내세워 기존의 기득권을 보호하려고 만 든다면 실패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강 회장의 쓴소리를 들은 조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부당한 내부거래가 편법적 경영승계, 총수들의 사익편취에 이용되면 공정위 정책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일감 몰아주기는 기업집단 내에서도 비효율적 자원 배분을 일으켜 기업가치를 떨어뜨린다”고 거듭 경고했다. 다만 조 위원장은 “기업 지배구조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낮은 것 자체를 제재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 위원장은 공정경쟁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자리한 중견기업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중견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가교 구실을 하며 상생협력의 객체이자 주체”라며 “공정거래와 상생협력을 위한 중견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종곤·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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