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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면 50년 까먹는 인생 스타트야"…내 일 같던 드라마 '김부장' [양종곤의 노동 톺아보기]

'김부장' 드라마, 고용시장 그대로

국회미래연구원 일자리 퇴직 보고서

54세면 퇴직…퇴직 감정 “충격·불안”

퇴직 후 저임금·고용 불안 일자리로

13일 서울 여의도역이 퇴근길 인파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선배님 ACT가 첫 직장이죠? 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직했으니 과외 말고는 일 해본 적도 없잖아요. 나가면 이제 50년 까먹는 인생 스타트에요."

작년 말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에서 인사팀장이 김낙수 부장(김부장)의 퇴직을 만류하며 한 말이다. 이 말은 협박처럼 들렸다. 하지만 김부장은 퇴직서를 제출하고 사무실에 있던 자신의 짐을 들고 아무 말없이 복도를 걸어나간다.

이 장면이 많은 직장인의 마음을 건드린 이유는 명확하다. 드라마 속 김부장 삶이 아니라 현실에 가깝다고, 내 일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김부장의 복도를 걸어갔다’는 고용 분석 보고서가 또 나왔다.

23일 국회미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생애 주된 일자리 퇴직의 현실과 정책 과제'에 따르면 임금근로자 평균 퇴직 연령은 54세 전후였다. 조사 대상은 2015년 이후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중고령자(50대 후반~60대 초반) 1640명이다. 60세란 법정 정년과 실제 퇴직 시기는 5년 넘게 차이를 보였다. 법정 정년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퇴직 사유는 '김부장'처럼 회사 상황, 해고, 권고, 명예퇴직과 같은 비자발적 퇴직이 34.5%로 정년퇴직(24.6%)를 웃돌았다. 그나마 '김부장'처럼 대기업에 다닌 직장인은 정년퇴직 기회가 더 있다. 정년퇴직 경우를 보면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체가 45.1%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10명 미만 영세사업체의 정년 퇴직자는 10%도 안 됐다.

강제적으로 회사를 떠난 이들의 심정은 '김부장'과 다르지 않았다. 퇴직 당시 감정(복수응답)을 물은 결과 충격이 63.9%, 불안이 68.8%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강제형 퇴직은 가장 큰 심리적, 경제적 충격을 만드는 위험 경로"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자영업자로 살아온 비임금근로자의 퇴직 연령은 평균 53.5세였다. 폐업 사유도 직장인의 비자발적 이직처럼 원하지 않는 상황이 다가와서다. 수익부진과 시장환경 제약이 56.5%로 절반을 넘었다.

이 보고서는 '50년을 까먹는 인생 스타트야'라는 인사팀장 경고가 과장이 아니었다는 점을 보여줬다.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중고령자는 이전보다 임금이 낮고 고용 형태가 불안한 일자리로 휩쓸리는 경우가 많았다. '김부장'도 퇴직금 사기를 당한 후 세차일을 시작했다. 퇴직 후 일자리 경로를 보면 퇴직 전후가 상용직으로 동일한 경우는 68.3%에 그쳤다. 23.3%는 상용직에서 임시일용직으로 이동했다. 관리자나 전문가 사무직에서 서비스와 단순노무로 이동하는 경향도 뚜렷했다. 결국 퇴직 후 임금이 감소했다는 비율은 72.2%에 달했다.

보고서는 고학력과 전문경력을 갖춘 고령층의 퇴직에 대비하는 퇴직 전 민관 교육·이전직 지원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보고서는 "정년 이후를 버티는 노동시장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조건에 맞게 일하는 전환 중심 노동시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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