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예비학교에서는 예비부부들의 트렌드도 엿볼 수 있다. 최근 2~3년간 가장 많이 나타나는 특징은 ‘연상연하’ 예비부부의 증가라고 10년 넘게 서울의 한 결혼예비학교에서 강사를 일해온 A씨는 전했다.
두란노 결혼예비학교를 졸업한 박선한(30)씨는 “첫 수업 때 예비부부들이 서로를 소개하는데 우리 테이블에 앉은 4쌍의 연인이 모두 연상연하였다”며 “두세 살 차이의 연상연하 커플이 대다수라 한 살 차이인 저와 여자친구는 연상연하 축에도 못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7년 초혼 기준 신혼부부의 나이차를 살펴보면 아내가 연상인 경우는 16.9%로 동갑(15.9%)인 경우를 넘어섰다. 1~2세 차이가 2만9,337쌍이었고 3~5세 차이는 1만1,070쌍에 달했다. 6~9세 차이가 3,226쌍, 10세 이상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764쌍이나 됐다. 남자가 연상인 부부는 전체의 3분의2로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남자 연상 부부 수는 전년보다 감소했고 여자 연상 부부 비중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연하녀보다 연상녀가 더 좋은 이유’에 대해 남성들은 ‘세심하게 나를 챙겨줄 것 같다(23.2%)’거나 ‘힘들 때 먼저 기댈 수 있을 것 같다(22.6%)’ 등의 이유를 제시했다. ‘연하녀보다 대하기 편할 것 같다(14%)’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연상연하 커플이 증가하는 데 대해 사회학자들은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과 함께 경제적 능력 및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 점을 꼽고 있다. 젊은 여성의 사회 진출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여서 연상연하 부부의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혼 트렌드의 변화상을 충분히 결혼예비학교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상연하 예비부부가 많아지고 있지만 결혼예비학교의 교재나 강의안 혹은 강연 내용이 남성 연상 커플을 기준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박씨는 “종종 강사들이 ‘오빠들이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면 우리 테이블에서는 ‘누나들이~’로 바꿔 말하며 토의하기도 했다”며 “남성이 연상인 커플의 비중이 아직 크기는 하지만 여성 연상 비중이 계속 늘어나는데도 강의가 따라오지 못하는 것은 ‘옥의 티’로 개선해야 할 부분인 듯하다”고 말했다.
결혼 때 ‘남자가 집을 장만한다’는 전통적 사고방식에 젊은 연인들이 동의하지 않는 것도 최근 급속히 달라진 결혼 풍속도를 반영한다. 성남시에서 운영하는 결혼예비학교를 수강한 이모씨는 “전세라고 해도 집값이 비싸 남자 쪽에서 집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여자는 물론 남자들에게서도 드물다”며 “신혼부부 전세대출을 받아 함께 갚아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결혼예비학교의 일부 강의 내용이 과거의 사고방식을 기준으로 예비부부에게 조언할 때는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예비부부교실의 한 관계자는 “예비부부학교를 수강하는 대다수 연인 중에는 여성이 먼저 제안해 온 케이스가 많다”며 “점점 여성 연상의 예비부부가 많아지는 추세이고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이전과 달라지면서 강의내용이나 강의안에 혹시 과거 세대의 생각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닌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