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041510)엔터테인먼트가 기관투자가들이 요구했던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의 합병을 거부했다.
에스엠은 31일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라이크기획’과 합병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라이크기획은 이 프로듀서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회사다. 지난 3년간 에스엠은 라이크기획에 음악 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영업이익의 46%를 지급했다. 이에 에스엠의 주요 주주인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밸류운용은 라이크기획과 에스엠의 합병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에스엠은 기관투자가들이 “합병을 강요할 권리가 없다”고 못 박았다. 에스엠은 “글로벌 음악산업에서 프로듀싱이 차지하는 중요성과 역할을 잘못 인식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영업이익 대비 몇 퍼센트의 인세가 지급됐다고 단순 역산하거나 관련 배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액수 자체만 부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은 외부 전문기관들의 객관적 자문과 철저한 검토를 거쳐 적정한 기준으로 체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관투자가들이 요구한 적자를 내고 있는 식음료(F&B)사업 정리도 거부했다. 에스엠은 “F&B사업을 포함한 라이프스타일사업은 단기 성과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전략적투자자를 파트너로 유치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배당 등 주주환원 활동은 점차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에스엠은 “성장을 위한 투자에 역점을 뒀기에 배당정책을 시행하지 않았고 그 필요성은 지금도 마찬가지”라면서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을 검토하고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면 알릴 것”이라고 했다. 또 적자를 내고 있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의 운영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기관투자가들은 “상당히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에스엠 주식을 보유한 운용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에스엠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핵심적인 요구는 다 거부했다”며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기관투자가들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나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소송전 등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KB자산운용은 “다음 주주총회에서 이사회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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