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선생님, 쇼핑몰 창업에 뛰어들다 =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공통 관심사인 ‘패션’에 대해 종종 이야기하곤 했다. 10대 후반, 한창 ‘미(美)’에 눈을 뜨는 나이인 고등학생들은 고민이 한결 같았다. 예쁜 옷을 입고 싶지만 쇼핑할 시간도 많지 않고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다. 영어선생님은 틈틈이 동대문 시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막연히 꿈꿨던 쇼핑몰 창업 계획을 구체화해 나갔다.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로 인터넷 쇼핑몰 피팅 모델을 해본 경험이 전부였다. 게다가 주변 사람들은 이미 쇼핑몰 시장은 경쟁자가 넘치는 ‘레드오션’이라고 만류했다. 하지만 10·20대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관심사에 집중하게 됐고 쇼핑몰 창업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김혜원 디데이걸 대표는 그렇게 30대 초반이던 2017년 봄, 사업자로 등록하고 쇼핑몰을 시작했다. “디데이걸은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나이 대의 여성들을 타겟으로 하고 있습니다. 고급스러워보이는 화보나 해외 촬영은 지양하고 있어요. 모델과 실제 구매 고객과의 이질감을 줄이고 싶었거든요.”
김 대표는 쇼핑몰 창업을 결심했을 때의 초심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친한 언니나 친구가 직접 입어보고 스타일을 제안해주는 친근한 느낌을 꿈꾼다. 언제든 마음 편히 들어와 쇼핑할 수 있는 곳이 되기 위해 의류 피팅 사진도 거울셀카를 이용하고 있다. 전문적인 사진작가가 스튜디오 등에서 모델의 모습을 찍어 올리는 다른 쇼핑몰과는 사뭇 다르다.
수많은 인터넷 쇼핑몰이 있지만 한번 들어온 손님을 ‘단골’로 만드는 것이 디데이걸의 경쟁력이다. 김 대표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고객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한 옷을 제작하고 있어요. 추가로 원하는 색상이라든가 원하는 디자인을 말씀 주시면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방식이죠.”
◇언니가 골라준 옷 입고 나갔던 추억 = 김 대표가 패션에 눈을 뜬 건 친언니 덕분이다. 두살 많은 언니가 골라준 옷을 입고 나가면 “옷 잘 입는다”는 소리를 자주 듣곤 했다. 칭찬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패션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백화점에 가서 옷을 직접 입어봤어요. 서울 강남, 경기도 안양, 수원, 인천 부평 등 유명한 지하상가에 가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쇼핑하는 것도 좋아했어요. 대학생때는 학교 근처에 예쁜 옷가게가 많아 수업 끝나고 매일같이 구경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하루에 한 두시간은 옷을 사지 않더라도 인터넷 쇼핑몰을 구경하던 김 대표였다. 그 땐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쇼핑몰 창업이 길이었나 싶다고 한다. 비서로 근무하면서 정형화된 된 오피스룩을 매일 입게 된 것도 그에겐 패션 감각을 살리는 좋은 경험이었다.
◇늦은 때란 없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면 꼭 실행하라 = 디자인 쪽 전공은 아니지만 대학교에서 전공한 국어국문학과 경영학이 사업 운영에 큰 도움이 됐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소설책과 시집 등 문학 책을 섭렵한 김 대표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어낸다. 흔히 말하는 감성 마케팅이다. 다양한 인간 군상과 인간의 심리를 문학을 통해 간접경험한 김 대표는 고객과의 소통 능력 하나는 1등이라고 자부한다. “인생을 살면서 겪은 모든 경험들은 어떤 형태로든 다 도움이 됩니다.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회계·조직관리·마케팅 기술 등은 경영학을 통해 배울 수 있었거든요.”
김 대표가 창업을 꿈꾸는 혹은 퇴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꼭 실행하라’는 것이다. 무엇이든 아이디어가 생기면 생각만 하지 말고 실천에 옮기라는 의미다.
“물론 하고 싶은 일에 뛰어든다고 해서 항상 성공하지는 않죠.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그 시간을 통해 배우는 교훈은 항상 있었습니다. 도전하는 청춘이 아름답다고 하잖아요. 저 역시 대학생 때부터 막연히 생각했던 인터넷 쇼핑몰 창업이라는 꿈을 현실에서 실천하기까지 10년이 걸렸어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결심이 굳건해진 덕분에 2년 전에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아직도 꿈만 꾸고 있을 거에요.”
김 대표는 지금도 떠오르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머릿속에서만 끝내지 않고 실행하려고 한다. 생각만 하고, 말만 하는 것만큼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없다. 일단 행동으로 옮겨야 무엇인가가 이루어진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앞으로도 고객들의 의견을 즉각적으로 상품에 반영하면서 ‘디데이걸’만의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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