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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포춘코리아 인터뷰 ¦ 장화진 한국IBM 사장

IBM이 던지는 새로운 디지털 화두

AI, 클라우드로 기업 경쟁력 높인다

▶새로운 IT 혁신 기술의 등장은 비즈니스 플레이어들을 혼돈에 빠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발빠른 기업들은 이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한다. 기업 내부에 AI와 블록체인, 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하고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낸다. IBM은 이 같은 변화를 시도하는 혁신 기업을 ‘코그너티브 엔터프라이즈’라 부른다. 장화진 한국IBM 사장을 만나 IBM이 만드는 코그너티브 엔터프라이즈에 대해 들어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장화진 한국IBM 사장. 사진 차병선 기자.




변화의 시작은 지니 로메티(Ginni Rometty) IBM 회장이 알렸다. 지니 로메티는 2016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 행사 기조연설에서 ‘코그너티브 비즈니스(Cognitive Business)’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IBM이 “코그너티브 솔루션과 클라우드 플랫폼 회사로 변신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코그너티브 비즈니스를 쉽게 풀면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제품과 어플리케이션, 시스템, 프로세스에서 ‘코그니션(Cognition)’ 즉, 일종의 사고 능력(이해?추론?학습)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각 산업 영역에서는 엄청난 혁신이 일어나게 된다.

코그너티브 비즈니스 시대를 여는 기반 기술은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지니 로메티의 선언 후 IBM은 세계 최고 인공지능 ‘왓슨’과 강력한 클라우드인 ‘블루믹스(지난해 ‘IBM클라우드’로 브랜드 변경)’를 가지고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기업 생존의 문제

한국IBM역시 시차를 두고 글로벌 IBM의 뒤를 따르고 있다. 지난해 한국IBM은 매출 8,120억 원을 올렸다. 전년보다 약 3% 오른 수치다. 주목할 것은 지난해 ‘코그너티브 솔루션’과 ‘테크놀로지 서비스&클라우드 플랫폼’ 등 두 사업부문 매출이 전년보다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왓슨이나 클라우드 매출은 예전에는 없었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한국IBM에 매출액의 40%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어요. 신규 매출이 그만큼 늘어난 겁니다.” 장화진 한국IBM 사장이 설명했다.

장화진 사장이 IBM이 사업 체질을 바꾸는 중요한 시기에 한국지사 수장을 맡았다. 이후 그는 한국IBM의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더 중요한 건 지니 로메티가 말했던 코그너티브 비즈니스를 한국에서 활발히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고객(IBM은 기업을 고객으로 상대한다)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는 ‘코그너티브 엔터프라이즈’입니다. 제가 고객들을 방문하면 모두들 코그너티브 엔터프라이즈에 대해서만 물어봅니다.” 이어서 장 사장은 코그너티브 엔터프라이즈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2시간 연속 ‘강의’를 듣는 동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했다. 장 사장의 설명을 정리하면 이렇다.

10여년 전 기업들은 기업 외부에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위주로 디지털 혁신을 꾀했다. 즉,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기를 통해 생산되는 수많은 데이터를 기업 내부로 가져와 분석했다. 기업은 이 데이터를 통해 자신들이 고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가치를 줄 수 있는지, 그러면서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장 사장은 이것을 ‘아웃사이드-인(outside-in)’ 전략이라고 칭했다.

장 사장은 현재 기업의 화두가 되고 있는 코그너티브 엔터프라이즈를 “AI, 블록체인,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단순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와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기업 내부를 혁신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내부 혁신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코그너티브 엔터프라이즈는 ‘인사이드-아웃(inside-out)’ 방식의 혁신이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기업 내부에 이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진정한 코그너티브 엔터프라이즈를 구현하려면 기업 구성원의 생각과 행동, 기업 문화까지 이에 걸맞게 바꿔야 한다는 데 있다. 장 사장이 설명한다. “사람도 바뀌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기존 IT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옮긴다고 가정해봅시다. 사실 회사 안에 가지고 있던 서버를 클라우드로 옮기는게 기술적으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존에 일하던 방식이나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놓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클라우드라는 인프라는 새로운 기술체계이기 때문입니다.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개발하는 방법을 기존 내부 구성원들이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HR(Human Resources)측면에서도 혁신이 필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교육도 시키고, 인공지능 가동에 따른 업무흐름도 새롭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장 사장는 코그너티브 엔터프라이즈를 구현하는 일을 ‘여행(journey)’이라고 표현했다. 한 번에 해결할 수 없고 몇 년이 결리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임직원들이 한 번에 변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교육해야 합니다. 새로운 방향으로 가게끔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여행’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앞으로 코그너티브 엔터프라이즈 같은 여행을 하지 않는 기업들은 생존이 어려워질 겁니다.”

장 사장은 진정한 코그너티브 엔터프라이즈를 구현하려면 “기업 구성원의 생각과 행동, 기업문화까지 그에 걸맞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차병선 기자.


▶떠오르는 IBM의 존재 가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장 사장의 말이 무시무시한 협박처럼 들리기도 한다. 장 사장이 한국IBM 수장이 된지 2년 반째다. 그동안 수많은 한국 대기업들을 상대해왔을 터다. 한국 기업들의 디지털 혁신 수준은 어떤 변화를 거치고 있는지를 장 사장에게 물어봤다.

그가 답한다. “그 사이 아주 많이 변했습니다. 2년 전만 해도 많은 고객들이 AI를 비즈니스에 정말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어요. 진짜 관심 있는 고객의 경우 테스트 프로젝트 한번 해보자는 정도였죠. 이제는 AI를 실제로 사업에 쓰고 있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코그너티브 엔터프라이즈를 시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고요.”

IBM은 코그너티브 엔터프라이즈를 구현하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코그너티브 엔터프라이즈가 되려는 고객들에게 더 수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IBM 서비스’라는 일종의 기술 컨설팅 통합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IBM은 기존에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Global Business Services)’와, ‘글로벌 테크놀로지 서비스(Global Technology Services)’라는 두 부서를 따로 운영했다. GBS는 비즈니스 모델 변환과 관련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구축, 유지보수 등을 하는 조직이다. GTS는 클라우드를 포함한 새로운 IT 인프라 구축을 위한 컨설팅과 기존 IT 인프라 운영, 관리, 유지보수 하는 사업조직이다.

이제는 두 조직을 묶어 ‘IBM 서비스’라는 통합 브랜드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기업 고객들이 IBM의 도움을 받으려면 GBS 소속 IBM 직원과, GTS 소속 IBM 직원들을 각각 상대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같은 설명을 되풀이하거나 혹은, 잘못 전달된 정보로 혼선을 빚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장 사장이 설명한다. “GBS와 GTS 두 조직이 물리적으로 통합한 단계까지는 아직 가지 않았습니다. 조직 통합은 서서히 진행될 겁니다. 지금은 고객 편의를 위해 GBS와 GTS간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이전과 달리 IBM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고객의 요구사항을 한번에 대응해 드리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래에 대처하는 디지털 혁신 기업, 즉 코그너티브 엔터프라이즈가 되려는 기업에게 IBM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부상했다. 거꾸로 말하면 기존 컨설팅 회사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과 상통한다.

장 사장은 얼마 전에 있었던 한 국내은행의 인사제도혁신 제안 사업에서 한국IBM이 이겼다며 설명했다. “대형 전략컨설팅사 7~8 곳도 입찰에 들어왔는데 한국IBM이 이겼습니다. 한국IBM은 이미 인공지능에 기반한 혁신 프로젝트를 실제 구축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고객들이 원하는 건 종이 서류에 쓰여진 전략 실행방안이 아닙니다. 업무 흐름을 바꾸고 실제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원하는 거예요.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부터 IT 시스템 설계 구축까지 모두 한 번에 할 수 있는 곳은 IBM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혁신을 원하는 기업들은 점점 더 IBM을 찾고 있어요.”

장 사장은 “기업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부터 IT 시스템 설계 구축까지 모두 한번에 할 수 있는 곳은 IBM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 차병선 기자.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 만들다

결국 코그너티브 엔터프라이즈는 미래 기업이다. 장 사장은 코그너티브 엔터프라이즈는 여러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여러 플랫폼 중 핵심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게 있고요. 플랫폼들이 결합하면서 비즈니스가 더 스마트해집니다.”

장 사장은 코그너티브 엔터프라이즈가 구축한 비즈니스 플랫폼 중 대표적인 사례를 들었다. 오늘날 글로벌 무역 상품의 90% 이상은 선박으로 운송된다. 거대한 글로벌 물류망 내에서 육상 운송업체, 화물 운송업체, 세관 중개인, 정부, 항만 및 원양 운송업체 등 다양한 관계 업체들이 참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복잡성과 방대한 데이터 양 때문에 전체 거래 속도는 느려진다.

2018년 8월 세계 1위 해운회사 머스크는 IBM과 함께 실시간으로 물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 ‘트레이드렌즈(TradeLens)’를 개발했다. 물류 데이터를 디지털 형태로 안전하게 저장하는 이 플랫폼은 IBM의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구축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특정한 비즈니스를 위해 허가된 사람들만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참여자가 비즈니스 프로세스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투명하고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다.



트레이드렌즈는 물류망과 관련한 여러 문서들을 안전하게 디지털화하고 실시간 공유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 필리핀, 홍콩 등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항만 및 터미널 운영업체들이 트레이드렌즈를 이용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컨테이너 운송 업체인 퍼시픽 인터내셔널 라인을 비롯해 네덜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호주, 페루의 세관 당국도 이 트레이드렌즈에 가입했다.

장 사장이 설명한다. “머스크와 IBM은 트레이드렌즈에 참여한 수십개 회사들과 12개월 동안 테스트 기간을 거치면서 문서 오류, 정보 지연, 그 밖의 다양한 장애 요소로 인해 야기되는 돌발 상황을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트레이드렌즈를 통해 모든 선적에 대한 데이터를 추적할 수 있게 되었어요. 특히 거래 지연과 문서 위변조를 없앨 수 있어 매년 수십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미국에 있는 생산라인으로 포장된 원자재를 운송하는 시간을 40%까지 감축하고 매 거래당 수천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 100여개 이상의 물류 관련 기업과 기관이 트레이드렌즈에 가입했다. 현재까지 4억 6,300만 개 이상의 선적 데이터가 트레이드렌즈 플랫폼에 저장됐으며, 매주 천만건 이상의 데이터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이는 60년이 넘은 EDI(전자 문서 교환 시스템) 기술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IBM의 설명이다.

장 사장이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이 AI나 블록체인 기술에서 미국보다 조금 늦긴 했어요. 하지만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많습니다. 이를 제대로 정리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충분히 만들 수 있어요. 얼마든지 고객을 더 끌어들여서 사업을 키울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플랫폼을 제대로 만들어 놓으면 관련 시장을 장악할 수 있어요.”

트레이드렌즈 개념도. 한국IBM 제공.


트레이드렌즈 개념도. 한국IBM 제공.


▶클라우드에도 방점 찍는 IBM

한국IBM은 현대카드와 협력 관계를 구축해 다양한 혁신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버디 챗봇을 구축하기 위해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도입했다. 또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 새로운 공급체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해 기업 생산성과 효율성을 향상했다. 코그너티브 엔터프라이즈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인 롯데그룹과 함께 일하고 있기도 하다. 롯데그룹은 계열사들이 사용 중이던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합한 ‘샬롯’을 운영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기술이 IBM 클라우드 상에서 운영된다는 것이다.

IBM은 지난해 프라이빗 클라우드 업체 ‘레드햇(Red Hat)’을 39조 원에 인수했다. 레드햇 인수 발표 후 지니 로메티 IBM 회장은 “IBM은 세계 제1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공급업체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이 클라우드의 비즈니스 가치를 완전히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개방형 클라우드 솔루션을 공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레드햇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기본기술 부문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회사다. IBM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사업에서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셈이다. IBM은 레드햇 인수로 업계 최대 규모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제공 업체가 됐다. 기업의 모든 비즈니스 애플 리케이션을 클라우드로 안전하게 옮길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IBM의 왓슨은 이제 모든 IT인프라 환경에서 구동할 수 있게 됐다. 원래 왓슨은 IBM의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만 구동됐다. 즉, IBM 클라우드 서비스의 차별점 중 하나로 내세웠던 것이 왓슨이었다. 하지만 왓슨을 타사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도 구동할 수 있게 함으로써 IBM은 AI 및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사업을 더 크게 펼칠 수 있게됐다.

장 사장은 이에 대해 설명했다. “고객들에게 더 높은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전략인 동시에 IBM의 비즈니스도 확장되는 것이죠. 저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멀티 클라우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고객들이 IBM의 클라우드만 써준다면 좋겠지만 사실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마존이나 SAP, MS의 클라우드도 쓰고 있어요. 한 회사의 클라우드만 사용하는 고객은 거의 없습니다. 고객의 불편함은 여기에서 발생해요. 여러 클라우드를 동시에 관리하기 무척 힘든 겁니다. 그래서 IBM은 여러가지 클라우드를 이용하고 있는 기업들을 관리해주기 시작했어요. 귀찮고 힘든 일을 IBM에게 맡기면 되는 겁니다. 고객들 반응이 무척 좋아요. 물론 IBM 클라우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요.”

IBM 기업가치연구소는 3년 후 90% 이상 기업이 멀티클라우드로 옮겨갈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지니 로메티 IBM 회장은 이를 ‘챕터2(두 번째 단계)’라고 명명했다. 클라우드의 ‘챕터1’ 시대를 지나 AI가 확장되고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가 확대되는 ‘챕터2’로 이전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챕터1에서는 기업 애플리케이션의 약 20%만이 클라우드 전환이 완료됐다. ‘챕터2’에선 진짜 중요한 나머지 80%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이 클라우드에 적용된다.

고객은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을 관리하면서도 이를 멀티클라우드 환경에서 이동할 수 있다. IBM은 여기에 1조달러 시장 기회가 있고, 이것이 IBM을 관련 시장 ‘넘버1’으로 만들어줄 것으로 믿고 있다.

IBM은 클라우드 전략과 기획, 구축, 이관, 관리 등 전반적인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안성, 개방성, 멀티클라우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등 기업의 각 단계별 요구에 맞는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화진 사장에게 어렵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긴 설명을 듣고 내린 결론은 하나. 복잡한 디지털 기술은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파고들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코그너티브 엔터프라이즈는 인공지능과 클라우드는 물론, 블록체인과 보안솔루션까지 모두 하나로 묶여 돌아가는 복잡계의 산물이다. 기초부터 실력을 다져 모든 기술을 엮어버린 IBM에게 있어서는 무궁무진한 기회로 다가왔다. 우리는 어쩌면 IBM이 이 세상 모든 것을 움직이는 새로운 세계의 초입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짐 화이트허스트 레드햇 CEO(왼쪽)와 지니 로메티 IBM회장. 사진 한국IBM 제공.




■IBM의 퀀텀(양자)컴퓨팅

IBM은 양자 컴퓨팅의 리더이기도 하다. 2017년 12월 IBM은 삼성전자, JP모건 체이스, 영국 옥스퍼드대학 등 업계 선두주자들과 함께 양자컴퓨터 개발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히며, ‘IBM Q 네트워크(IBM Q Network)’를 출범했다. IBM Q 네트워크가 출범한 이래 전 세계 40곳 이상의 포춘 500대 기업과 교육기관, 연구소, 스타트업이 공동으로 양자 컴퓨팅 기술을 상용화하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드디어, 2019년 1월. IBM은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목적으로 한 양자 컴퓨팅 시스템인 ‘IBM Q 시스템 원(IBM Q System One)’을 선보이며, 올해 안에 IBM Q 퀀텀 연산 센터를 미국 뉴욕주 포킵시에 연다고 밝혔다. 세계 최초 퀀텀 연산 센터는 IBM Q 네트워크’ 멤버들이 상용화를 목적으로 고성능 양자 컴퓨팅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양자 컴퓨터의 역사는 5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2년 IBM에 입사한 찰스 베넷(Charles H. Bennet)이 양자정보 이론을 창안했다. 1981년에는 IBM과 MIT가 역사적인 ‘제 1회 컴퓨터 물리학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컨퍼런스에는 컴퓨팅과 양자물리학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석학 50여명이 참석했다. 그 중에는 양자역학의 대가인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도 있었다. 리처드 파인만은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자연은 양자화되어 있다. 자연을 표현하려면, 양자컴퓨터가 필요하다(...because nature isn’t classical, and if you want to make a simulation of nature, you’d better make it quantum mechanical…)”고 언급하면서 양자 컴퓨터의 개념을 처음 소개했다.

2016년 5월 IBM은 마침내 오랜 연구의 성과물로서 5큐비트를 가진 세계 최초의 범용형 양자 컴퓨터를 발표했다. 고전 컴퓨터는 비트(bit)의 이진법을 사용해 정보를 계산하고 처리한다. 이 시스템은 비트가 0 아니면 1의 상태로 존재한다는 간단한 원리에 기반하고 있다. 이에 비트는 ‘켜기 혹은 끄기’, ‘참 혹은 거짓’의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반면에 양자 컴퓨터는 고전 컴퓨터와 같이 국한된 논리에 기반하지 않고, 양자 역학(quantum mechanics)이라고 불리는 양자 물리학의 원리를 이용한다. 양자컴퓨터도 고전 컴퓨터처럼 비트를 사용한다. 하지만 단순하게 0 또는 1이 아닌, 00, 01, 10, 11의 0과 1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큐비트(qubits)를 사용한다. 이러한 법칙에 의해 두 개의 입자는 서로 ‘얽힌’ 상태로 존재하게 되며, 이는 입자들이 고전 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만든다. 양자컴퓨터의 무한한 가능성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1큐빗이 더해지면 성능이 두 배가 된다. 즉, 16큐빗은 5큐빗보다 2의 11승(2,000배 이상) 더 높은 성능을 가지고, 20큐빗은 5큐빗보다 2의 16승만큼 더 높은 성능을 갖춘다. 따라서 50큐빗은 20큐빗보다(2의 30승이상 더 높은) 10억배 이상 높은 성능을 가진다.

양자 컴퓨팅이 주요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화학이 활용되는 분야와 금융, 투자 부문 등 최적화 분야 및 인공지능 분야를 꼽을 수 있다. 화학은 의료, 제약, 자동차나 우주항공 신소재 등 매우 광범위한 산업 분야를 포함한다. 양자 화학이란 지구와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물질의 화학적 구조와 물리적 특성을 탐색하는 학문이다. 양자 화학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하지만, 양자 컴퓨터를 이용하면 이를 보다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는 화학 분자가 스스로를 구성하고 작동하는 방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화학 분자의 복잡한 경로를 추적하고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인간이 자연을 시뮬레이션해, 자연을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양자 컴퓨팅 시스템 ‘IBM Q 시스템 원‘. 사진 한국IB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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