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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별관공사 재입찰 계획 차질

법원, 계룡건설 낙찰예정자 지위 인정

법적분쟁에 공사 지연 전망

예정가격을 초과해 입찰가격을 써냈던 계룡건설이 한국은행 통합별관의 낙찰 예정자 지위에 대한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이 예정가격은 입찰금액의 상한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어 국가계약법상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발주자인 한은으로서는 예상보다 비싼 돈을 내고 시공을 맡겨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12일 한은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입찰공고나 입찰설명서에 명기된 평가기준에 따라 국가에 가장 유리하게 입찰한 자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가격만을 낙찰자 결정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요소로 볼 수 없다”며 “현행 국가계약법령상 실시설계 기술제안 입찰에서 입찰금액을 예정가격 이하로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권고에 따라 재입찰을 진행하려던 조달청에 법원이 제동을 건 셈이다. 조달청은 2,243억원을 써낸 삼성물산 대신 기술성이 높다며 예정가격보다 3억원을 높게 써낸 계룡건설(2,832억원)을 낙찰했다가 감사원이 “입찰예정가보다 높게 써낸 계룡건설을 낙찰예정자로 선정한 것이 국가계약법령 위반”이라고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재입찰을 추진해왔다.

발주자인 한은은 조달청의 항소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한은 관계자는 “소송당사자인 조달청의 입장을 들어보고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조달청이 항소한다면 1년 6개월 이상 표류하고 있는 별관 공사 착공은 지난한 법정 공방에 기약 없이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착공이 지연되면서 월 13억원씩 임대료를 납부하고 있는 한은의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한은은 조달청을 상대로 공사 지연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은의 무대응을 문제 삼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은이 낮은 가격을 써낸 삼성물산을 원하고 있었다”면서 “소송 과정에서 한은이 조달청의 초기 낙찰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어야 했지만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점도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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