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국내에 진출한 일본 금융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본계 저축은행의 국내 대출시장 점유율이 2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SBI·JT친애·JT·OSB저축은행 등 일본계 저축은행 4곳의 총 여신액은 11조493억원으로 79개 저축은행 총 여신액(59조5,987억원)의 18.54%를 점유했다. 일본계 할부금융사인 JT캐피탈과 리스사인 오릭스캐피탈코리아 등을 합치면 총 여신액은 13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일본계 2금융권의 총 여신액이 국내 진출한 일본계 시중은행 4곳(미쓰비시도쿄UFG·미쓰이스미토모·미즈호·야마구찌)의 여신액(18조2,995억원)과 비슷하다.
저축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중 4~6등급 중신용자 비중이 64%, 7등급 이하 저신용자 비중은 29.6%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고금리 대출시장에서 일본계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고금리대출 상위 10개 저축은행 중 SBI·JT친애 등 일본계 2곳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자산규모 1위인 SBI의 가계신용대출 잔액 평균금리는 20.4%, JT친애는 19.1%로 나타났다. SBI와 JT친애 등 두 일본계 저축은행을 통해 20%대에 육박하는 고금리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차주는 12만9,000명에 달한다. SBI는 과거 부실화된 현대스위스 저축은행을 인수한 후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지난해는 1,3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일본계 저축은행은 일본의 경제보복이 장기화될 경우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일본계 저축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국에서 현지화 전략으로 영업을 하고 있어 한꺼번에 대규모 자금회수와 같은 일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일본 불매운동이 금융 부문으로 번지면 (대출영업 차질 등)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긴장했다. 일본계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실 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졌을 때 일본계 자금이 인수합병(M&A)에 참여해 시장 안정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며 “정부 시책에 맞게 고금리 대출도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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