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 방문 직후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장단을 다시 소집해 사업부 사장단 전략회의를 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매년 6월에 여는 사업부 사장단 회의를 한 달도 안 돼 다시 개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달 1일 주말임에도 김기남 부회장 등 반도체 부문 사장단을 경기 화성사업장으로 소집해 사업전략과 경영환경, 투자·채용계획 등을 점검했다.
현대차는 침체의 늪에 빠진 중국 시장 회복을 위해 경영전략을 전면 수정한다. 중국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는 규모의 경제를 벗어나 ‘수요에 맞춘 생산’으로 생산전략을 수정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판매량보다 많은 중국 내 생산 규모에 대해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다음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합작사의 대주주인 베이징 시장을 만나 생산 효율화 등에 대해 직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경영전략 수정은 자동차·전자 외에 조선·기계·건설·이동통신 등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조선 업계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상반기 수주량이 올해 연간 목표치를 크게 밑도는 가운데 수주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철강 업계는 비용부터 줄이겠다고 나섰다. 각종 규제에 막힌 건설사들도 분양실적이 당초 목표치의 절반 정도에 그치며 하반기 경영전략을 바꾸고 있다.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도 비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조사한 하반기 기업 경영환경 조사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5곳은 하반기 경영 상황이 상반기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기업들의 45%가 영업이익이 상반기보다 정체되거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8%의 기업은 영업이익이 10% 가까이 줄 것으로 내다봤다. /구경우·박효정기자 bluesquare@sedaily.com
“한치 앞 몰라”…삼성디스플레이, OLED 생산라인 투자 늦춰
현대·기아자동차의 중국·북미·유럽·인도·러시아 등 각 권역본부장들은 최근 모두 한국에 들어왔다. 이르면 이번 주 말 열릴 예정인 2019 하반기 권역본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주재할 것으로 보이는 이번 회의에서 현대·기아차는 권역본부별 경영 여건을 점검하고 올해 판매 목표 달성 여부를 재검토하게 된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글로벌 시장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5만대가량 늘린 760만대로 잡았다. 하지만 올 상반기 판매 실적은 총 348만대로 연간 목표의 46%에 그쳤다. 현대·기아차 고위관계자는 “글로벌 경영여건이 여전히 좋지 않지만 하반기 베뉴·GV80·K5 등 기대를 모으는 신차들이 잇달아 출시되는 만큼 권역본부장 회의에서 연간 판매 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들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계도 기존 경영계획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과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이달 초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당장 하반기 경영계획을 어떻게 가져갈지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비상 상황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이 어려워 현재로서는 어떤 식이든 결정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연초 ‘상저하고’로 전망했던 반도체 업황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최근 일부 부서 팀장급에 비용 절감 지시를 내리는 등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TV용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라인 투자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내외 경영 여건 악화로 기업 실적에 빨간 불이 들어온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하반기 경영전략 수립에 애를 먹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에 빠졌고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본격화하며 기업 경영 환경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실정이다.
실제 일부 기업들은 부진한 상반기 실적을 감안해 올해 목표치를 낮춰잡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신차 수요가 위축되며 상반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 판매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쌍용자동차는 내부적으로 올해 판매 목표를 16만 3,000대 정도로 잡았으나 최근 판매 목표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 판매 실적이 7만 27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늘었지만 당초 계획한 올해 연간 목표의 43%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러시아·이란 등으로의 수출이 줄어들어 올해 판매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의 올 상반기 판매 실적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2%, 31.9% 감소해 판매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느라 기업들이 재고를 더 쌓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 관리비용이 늘어나 손실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도 삼성중공업을 제외하면 올해 수주 목표를 못 채울 게 유력하다. 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그룹의 올 상반기 수주액은 34억달러로 올해 수주 목표액 178억1,000만달러의 약 19%에 그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상반기 27억 8,000만달러를 수주해 목표액의 33.2%에 불과했다. 그나마 삼성중공업이 상반기에 연간 목표(78억달러)의 41% 수준인 32억달러를 수주해 목표치를 채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용선료가 그대로고 물동량도 안 늘고 있어 선주들이 발주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하반기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전했다.
건설사들도 올해 분양 목표를 조정하는 등 실적 부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실제 HDC현대산업개발의 상반기 분양 목표치는 6,000가구였지만 실제 분양 실적은 3,300가구 수준에 그쳤다. 상반기 1만2,000가구 분양을 목표로 내걸었던 GS건설도 6,500가구를 분양하는 데 그쳐 목표치의 절반가량에 머물렀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도 경영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5G 서비스 초기 품질 이슈가 터지며 이동통신사들의 투자 스케줄이 당초 계획보다 빨라졌고 무제한 요금 경쟁 등으로 마케팅 지출도 급증했다”면서 “하반기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보여 경영계획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재용·진동영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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