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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극장에 가야 할 이유  

■이재용 문화부장

팬데믹 이후 극장 찾는 관객 반토막

최악 위기 벗어날 다양한 해법 논의

OTT가 줄 수 없는 차별적 경험 통해

영화관이 존재하는 이유 되찾아야





한국 영화가 위기다. 정확히는 극장 영화의 위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을 찾는 관객이 줄어든 것은 전 세계적 현상이지만 유독 우리나라만 회복이 더디다. 올 들어 9월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총 752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줄었다. 올해 극장 관객 수는 21년 만에 처음으로 1억 명을 밑돌 가능성도 있다. 2019년까지 국내 연간 영화 관객 수가 2억 명을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젊은 세대는 집에서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편하게 영화를 보는 것을 선호한다. OTT 한 달 구독료와 맞먹는 티켓 값을 내고 극장에서 2시간 동안 꼼짝 못한 채 영화를 보는 불편함을 감수하려 들지 않는다. 극장 개봉 영화도 짧게는 2~3개월만 기다리면 OTT로 감상할 수 있다. 관객이 극장을 외면하면서 영화 제작 투자가 위축되고 개봉작이 줄어들며 볼 만한 영화를 찾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영화의 위기를 타개하려면 발길을 끊은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올해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먼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관객 560만 명을 동원하며 올해 개봉 영화 중 흥행 1위에 오른 영화 ‘좀비딸’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영화의 흥행 배경으로 원작 웹툰의 탄탄한 팬덤과 배우들의 열연, 좀비물에 가족애를 녹여낸 차별화 등이 꼽힌다.

여기에 정부가 배포한 영화관 입장권 할인권도 흥행에 한몫을 했다. ‘좀비딸’은 정부가 6000원 할인권 450만 장을 배포하고 닷새 뒤에 개봉했다. 특히 개봉 일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7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는 ‘문화가 있는 날’로 할인 쿠폰을 중복 적용해 단돈 1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좀비딸’은 개봉 첫날 관객 43만 명을 불러 모으며 역대 한국 코미디 영화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달성했다.



정부의 지원보다 중요한 것은 극장의 존재 이유를 되찾는 것이다. 국내에서 나란히 500만 관객을 돌파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과 ‘F1 더 무비’가 이를 잘 보여준다. 관객들은 이들 작품을 두고 ‘꼭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라고 평가했다. ‘영화관에 가는 이유를 알려주는 영화’ ‘이 정도는 돼야 돈이랑 시간 써서 영화 보러 간다’ ‘OTT가 줄 수 없는 환희와 감동’ 등의 관람평이 쏟아졌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누적 발행 부수 2억 부를 돌파한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돼 OTT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번 극장판은 TV 시리즈에서 이어지는 결말 부분에 해당한다. TV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를 극장에서 개봉하며 팬들을 불러들인 전략이 주효했다. 애니메이션 작화의 정점을 보여주는 인간과 혈귀의 전투 장면도 관객들이 대형 스크린을 찾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F1 더 무비’ 역시 개봉 초에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카레이싱 장면이 대형 스크린과 만나 압도적인 현장감을 준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역주행에 성공했다.

위기의 한국 영화를 살릴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위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OTT가 아닌 극장의 대형 스크린으로 봐야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영화도 상품이다. 1000원을 써도 깐깐하게 따지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상품의 품질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최근 만난 한 영화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영화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예전보다 훨씬 많은 시나리오가 회사로 들어오지만 막상 읽어보면 수준 낮은 작품이 대다수”라고 꼬집었다.

지난달 막을 내린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이란 출신의 세계적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영화 산업의 위기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영화가 있습니다. 관객을 좇아가는 영화와 관객이 따라오는 영화입니다. 전 세계 영화 산업의 95%는 전자의 영화를 제작하고 있지만 후자의 영화도 존재해야 합니다.” 우리 영화인들이 새겨봐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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