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서 날씨가 더워지기는 했지만 좋은 점 하나는 화창한 날씨에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극심한 미세먼지 때문에 푸른 하늘을 보기가 힘들었던 것을 떠올리면 더위는 아직 견딜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날이 잦아지면서 과학기술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올해 초 과학기술 연구기관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거의 모든 연구기관이 발생원인 분석에서부터 집진·저감·보호·대응에 이르기까지 미세먼지에 관한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었다. 미세먼지 문제를 과학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책임감과 사명감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의문이 생겼다. 이렇게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성과들도 있는데 왜 미세먼지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일까.
각각의 연구들은 연구의 목적에 맞게 진행됐고 목표했던 바를 달성했다. 문제는 연결에 있었다. 목표는 달성했지만 연구결과가 다음 연구와 연결되지 못했던 것이다. 연구결과가 기술개발로 이어지고 기술이 상용화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부족했다. 미세먼지 분야만이 아니라 많은 연구 분야에서 기초연구결과가 상용화 기술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 않다. 혹여 이어지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그래서 바이오연구 분야에서는 기초연구가 임상으로 넘어가는 영역을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죽음의 계곡을 안전하고 빠르게 건널 수 있는 가교가 필요한 것이다.
하나의 해법은 융합연구가 될 것이다. 과거에는 융합연구를 바라보는 관점이 공간적인 개념에 머물러 있었다. 기관 간, 분야 간의 융합연구를 위해 소속이 다른 연구자들이 한 공간으로 집결해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 미래에너지플랜트(FEP) 융합연구단을 예로 들면 온실가스 배출저감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한국기계연구원 소속의 연구자들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모여 연구를 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융합연구에 시간적 개념을 도입한다면 연구는 또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세먼지 연구를 예로 들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을 규명하면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는 발생 원인과 성분에 따른 미세먼지의 인체 유해성을 연구한다. 이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미세먼지 저감장치를, 한국기계연구원에서 미세먼지 집진장치를 개발하고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는 이 기술들을 산업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상용화를 지원한다. 이렇게 연구가 단계별로 연결되는 것이 시간적 개념의 융합연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간적 개념이냐 공간적 개념이냐가 아니라 연결이다. 이러한 연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아직 공감과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연구문화가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연구가 그렇겠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성공적으로 융합연구를 이끌 수 있다. 보통의 공동연구를 보면 연구과제 제안요청서가 올라오면 이 연구를 하기 위해 자신의 연구를 중심으로 필요한 연구자들을 모은다. 이렇게 모인 연구자들은 서로가 필요에 의해 만나고 각자가 필요한 부분들을 고집하다 보니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연구자들이 자주 만나서 소통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됐을 때 진정한 협력이 이뤄지고 더 좋은 연구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협력의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연구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제도를 통해 기반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는 연구자들이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연구협력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융합클러스터·선행융합연구사업·창의형융합연구사업·융합연구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출연연 지역조직들이 함께 모여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역조직협의체를 운영하고 연구 분야별로 연구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연구현장에 다양한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옛말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도 핵심은 연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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