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석유화학주에 국제 정세발(發)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최근 오만해 유조선 피격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따른 긴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유주는 원유 도입 비용 증가, 석유화학주 역시 원가 부담 증가로 인한 실적 악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SK이노베이션(096770)·롯데케미칼(011170)은 나란히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3일의 장중 최저가와 같은 15만 8,500원까지 떨어진 끝에 1.24% 하락한 15만 9,500원에 장을 마쳤다. 롯데케미칼도 24만 6,500원까지 하락했다가 3.88% 하락한 24만 8,000원에 마감했다.
두 기업을 포함한 주요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의 2·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월 이후 큰 폭으로 하향 조정돼 현재는 전년 동기 영업이익 대비 30% 이상 감소가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3월 말 6,251억원에서 최근 5,096억원으로 18.4% 감소했다. 같은 기간 S-OIL은 3,780억원에서 2,469억원으로 34.6%, 롯데케미칼은 4,762억원에서 3,615억원으로 24% 각각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배럴 당 60달러 선에 진입한 두바이유 시세가 하반기 80달러 선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적으로 100달러가 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으로 중동산 원유의 주요 이동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이동 차단 가능성, 하반기 계절적 영향에 따라 늘어나는 국제 원유 수요에 공급이 따라주지 못할 가능성이 그 근거다. 황 연구원은 “중동발 원유 공급 차질로 한국 정유사가 중동산 원유 도입을 위해 시세에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OSP)이 경질 원유의 경우 상반기 배럴 당 0.9달러에서 하반기 3달러로 높아질 것”이라며 “연간 중동산 원유 8억 2,000만 배럴을 수입하는 한국 정유업계에 상반기 대비 9,400억원 규모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주 역시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증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석유화학제품 구매 심리 악화, 미국·중국·국내 생산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이 주요 악재로 꼽힌다. 이에 에틸렌, 파라자일렌 등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원료와 최종 제품 가격 차이) 축소로 인한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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