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창천교회에서 열린 고(故) 이희호 여사 영결예배에서 조사를 통해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 총리는 “우리 곁에 계셔주셔서 감사하다”며 “고난과 영광의 한 세기, 여사님이 계셨던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이 여사 장례위원회는 이날 오전 6시 30분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발인한 후 오전 7시 이 여사가 장로를 지낸 신촌 창천교회에서 장례예배를 거행했다. 예배에서는 공동 장례위원장인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가 추도사를,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낙연 국무총리, 신낙균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차례로 조사를 낭독했다.
이 총리는 “이제 우리는 한 시대와 이별하고 있다”며 “한국 현대사, 그 격랑의 한복판을 가장 강인하게 헤쳐오신 이희호 여사님을 보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조사에서 안락한 삶을 버리고 사회 변화와 민주화를 위해 좁고 험한 길로 나섰던 이 여사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봤다. 이 총리는 “여사님은 보통의 행복에 안주하지 않으셨다”며 “대학 시절 여성인권에 눈뜨셨고, 유학을 마치자 여성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드셨다”고 말했다.
이 여사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혼인을 결심한 것도 담대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총리는 “아이 둘을 가진 홀아버지와 결혼하셨다. 결혼 열흘 만에 남편은 정보부에 끌려가셨다”며 “그것은 길고도 참혹한 고난의 서곡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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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리는 또 남편이 투옥과 가택 연금, 사형 선고, 납치, 해외망명 등 ‘가시밭길’이란 표현으로는 한참 부족한 고난의 길을 가는 동안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투쟁을 지지하고 독려했던 이 여사의 삶을 기억했다. 이 총리는 “훗날 김대중 대통령님이 ‘아내에게 버림 받을까 봐 정치적 지조를 바꿀 수 없었다’고 고백하실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이 여사의 주변에 대한 배려와 이해, 신앙심에 대해서도 존경심을 표했다.
이 총리는 “강인하셨지만 동시에 온유하셨다.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않으셨다”며 “죄는 미워하셨지만, 사람은 결코 미워하지 않으셨다”고 회고했다. 이 총리는 “여사님이 믿으신 하나님은 기나긴 시련을 주셨지만 끝내는 찬란한 영광으로 되돌려 주셨다”며 김 전 대통령의 정권 교체 성공과 분단 사상 최초의 남북정상회담, 노벨평화상 수상이란 업적은 김 전 대통령 혼자 이룬 게 아님을 강조했다.
이 총리는 “여사님은 유언에서도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씀하셨다”며 “이제 남은 우리는 여사님의 유언을 실천해야 한다. 여사님의 생애를 기억하며 우리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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