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이 내년도 최저임금의 본격적인 심의를 앞두고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및 관련 노동관계법 개정을 두고 양대 노총이 모두 대화보다 투쟁 기조를 강화한 가운데 나온 결정이라 앞으로 심의 과정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특히 이번에는 경영계를 중심으로 인상폭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예년보다 크게 나올 것으로 보여 심의 과정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전국 시내버스 노조가 주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인력 충원과 임금 보전을 요구하며 일제히 쟁의조정신청을 내며 노동계 투쟁 기류에 가세하고 있다.
29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9명은 지난 25일 서울 모처에서 워크숍을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끝날 때까지 공조를 유지하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심의가 노동계에 매우 불리한 환경에서 진행되리라 예상되기에 이를 공조로 돌파하자는 취지다.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은 한국노총 추천 위원 5명과 민주노총 추천 위원 4명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심의 과정에서는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해 최저임금위를 포함한 모든 사회적 대화에 불참, 한국노총 추천 위원들만 심의에 참여한 바 있다.
근로자위원들은 또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저임금 노동자와 소상공인 간 이해가 충돌하는 구도를 극복하기 위한 ‘을(乙)의 연대’를 구축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이를 위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소상공인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대 노총의 이 같은 결정은 곧 시작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 간 팽팽한 대립을 예고한다. 경영계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여론을 등에 업고 최저임금 인상폭의 최소화를 주장할 게 분명한 탓이다. 반대로 노동계는 일제히 투쟁 기조를 강화한데다 심의 끝까지 양대 노총이 공조한다면 쉽게 물러서지 않을 판이다. 이 과정서 노동계가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을의 연대’로 비난여론을 돌파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성공할지가 관건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절차는 현재 결정체계 개편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 본격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달 29일 최저임금위에 심의를 요청했기 때문에 형식상으로는 이미 시작됐다. 여야의 극한 대립에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의 국회 통과가 극히 불투명해, 적어도 이번 심의는 현 체제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은 최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일정 등을 논의할 최저임금위 운영위원회를 다음달 8일 개최하겠다고 노사 양측에 통보했다. 양대 노총은 운영위원회 후 워크숍을 추가로 열어 논의 내용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노총 산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서울과 전국 광역시, 경기·전남·충남도 및 창원, 청주 버스 업체 노조가 동시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아울러 조정이 결렬되면 다음달 15일 총파업에 들어갈 것을 예고했다. 전국 479개 버스 업체 중 절반이 넘는 234곳이 참여하며 파업에 들어가면 이들 모두 운행을 멈추는 것이다.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만도 4만1,280명이며 차량은 2만138대에 이른다. 자동차노련의 파업 예고는 사측보다 지방자치단체·정부를 향한 압박의 성격이 짙다. 7월1일부로 시행되는 주52시간제에 맞춘 인력 충원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보전에 지자체가 적극 나서라는 게 자동차노련의 요구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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