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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의 홈런경쟁 MLB가 뜨겁다

13개 옐리치 vs 11개 벨린저...'5월1일 이전 최다 홈런' 도전

강력한 '볼거리' 제공하며

시들해진 MLB 인기 견인

1998년 맥과이어 vs 소사

세기의 대결 재연할지 관심





크리스티안 옐리치 /AP연합뉴스


코디 벨린저 /AP연합뉴스


22일(한국시간) 미국 밀워키의 밀러파크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밀워키 브루어스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기. 2대5로 뒤진 8회 말 크리스티안 옐리치(28·밀워키)가 우중간으로 큼직한 타구를 날려 홈팬들을 일어서게 했다. 하지만 담장을 살짝 넘어가려던 타구를 점프 캐치로 가로챈 것은 옐리치와 ‘홈런 경쟁 블록버스터’를 찍고 있는 다저스의 코디 벨린저(24)였다. 이후 8회 2사에 터진 에릭 테임즈의 대타 3점포로 5대5가 됐지만 진짜 드라마는 9회 초에 쓰였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벨린저는 밀워키 불펜의 핵인 조시 헤이더를 두들겨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다저스의 6대5 승리를 이끄는 결승포였다.

옐리치와 벨린저의 괴물 같은 홈런 경쟁이 MLB 인기 회복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MLB는 최근 30개 구단 평균 가치에서 미국프로농구(NBA)에 2위를 내주는 등 갈수록 떨어지는 인기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흥밋거리인 홈런 부문에서 젊은 스타 둘의 뚜렷한 대결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MLB 홈페이지 MLB닷컴은 22일 “벨린저는 옐리치의 홈런을 훔친 뒤 곧바로 결승포를 터뜨렸다”며 “두 선수가 시리즈를 지배했다”고 정리했다. 밀워키와 다저스의 4연전에서 옐리치는 4홈런 5타점, 벨린저는 2홈런 5타점을 몰아쳤다.



22일 현재 옐리치가 MLB 홈런 전체 1위(13개)를 달리고 있고 옐리치의 14호 홈런을 가로막은 벨린저는 11개로 2위다. 23경기 13홈런의 옐리치는 이 페이스라면 약 91홈런으로 시즌을 마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이제 겨우 시즌 초반이고 90홈런은 가능성이 아주 희박한 얘기지만 ‘약물 홈런왕’ 배리 본즈의 한 시즌 최다 73홈런(2001년) 경신은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다. 당시 본즈에게는 64홈런을 친 훌륭한 경쟁자 새미 소사가 있었다. 소사는 앞서 1998년 마크 맥과이어가 70홈런을 칠 때도 66개를 넘겼다. 하지만 당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세기의 홈런왕 대결 또한 둘의 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면서 팬들의 기억에서 빠르게 잊혀갔다. 옐리치와 벨린저의 홈런 결투가 진정한 세기의 대결로 발전하기를 팬들은 바라고 있다.

헐크나 토르 같은 우락부락한 슬러거가 아닌 호리호리한 체구에 곱상해 보이는 용모의 둘이 벌이는 반전의 대포 전쟁이라 더 흥미롭다. 옐리치는 190㎝ 88㎏, 벨린저는 193㎝ 95㎏이다. 밀워키 팀 동료 라이언 브론은 “옐리치를 보면 웃음밖에 안 나온다. 말도 안 되게 엄청난 페이스”라고 했다. 구단의 월간 홈런 기록인 프린스 필더의 13개(2007년 5월)와 동률을 이룬 옐리치는 5월1일 이전 MLB 최다 홈런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벨린저도 마찬가지다. 이 부문 기록은 2006년 앨버트 푸홀스와 2007년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14개다. 옐리치는 23일부터 세인트루이스 원정, 벨린저는 24일부터 시카고 컵스 원정에 나선다. 13개 홈런 모두를 홈에서 때린 지난해 리그 최우수선수(MVP) 옐리치는 원정 첫 홈런을 노리고 벨린저는 MVP 페이스를 이어가려 한다. 벨린저는 타율(0.424)과 OPS(1.382·출루율+장타율)에서 옐리치에 앞서 있다.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옐리치는 지난해 MVP 수상으로, 벨린저는 지난 2년간의 월드시리즈 경험을 발판으로 완전히 물이 올랐다. 지금 같은 센세이션이 꽤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특히 벨린저는 몸쪽 포심 패스트볼에 대한 약점마저 극복한 모습이다. 포스트시즌만 가면 뚜렷한 약점 때문에 고생했는데 새 타격코치(로버트 밴 스코욕)가 제공한 분석 영상과 데이터를 가지고 겨울부터 준비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신인상 수상 뒤 지난해 다소 부진했다가 다시 올라온 3년차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옐리치가 타자 친화적인 홈구장의 덕을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구장 효과를 떠나 낮은 탄도로 라인 드라이브처럼 날아가는 타구의 질 자체가 경이롭다. 다른 구장에서도 충분히 많은 홈런을 터뜨릴 수 있다”면서 “MLB에서 배럴 히트(타구 속도가 시속 98마일 이상이면서 발사각 26~30도인 이상적인 타구)의 중요성이 옐리치 때문에 더 강조되고 있는데 과거 어퍼 스윙 스타일이던 벨린저도 옐리치의 스윙과 비슷하게 변화를 주면서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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