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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완화 기대감에 찬물...개성공단 등 경협주 줄줄이 추락

"지정학적 리스크 커진다" 아난티·경농 등 20%대 급락

"협상 계속하지만..." 시장 조기 안정여부 전망 엇갈려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대북제재가 해제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28일 양국 정상의 ‘핵담판’이 불발로 끝나면서 주식·외환·채권 등 금융시장이 ‘트리플 약세’를 보였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 참석자 등을 실은 남북한 열차가 서 있는 판문역. /서울경제DB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난항을 겪으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오전까지만 해도 코스피는 소폭 하락하고 코스닥은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오후 들어 양국 정상의 오찬이 취소되고 일정이 변경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증시는 급락했다. 대형 호재를 기대했던 건설, 철도, 개성공단 관련주 등 대북 경협주가 줄줄이 추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증권가에서는 북미관계가 파국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올 들어 각종 기대감에 오른 증시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 있는 만큼 주말 상황을 지켜보고 당분간은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28일 코스피는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찬과 양국 정상의 합의문 서명식 등이 취소되면서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39.95포인트(1.76%) 내린 2,195.44로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소폭 하락 출발해 장 막판까지 0.5% 안팎의 낙폭을 보였으나 오후2시50분께 북미정상회담이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소식에 지수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재승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북미정상회담 오찬이 취소되고 서명식도 불투명하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경협주와 건설주 등 관련 주식이 급락하고 시장 전체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경협주가 대거 포진한 코스닥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가다가 하락 반전해 20.91포인트(2.78%) 내린 731.25로 마감했다.

대북제재 완화 기대감에 올랐던 종목들은 이날 일제히 급락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기대감이 작용했던 아난티(025980)가 25.83% 하락했고 용평리조트(070960)(-24.83%)와 현대엘리베이(017800)(-18.55%)도 추락한 채 장을 마쳤다. 농업 관련주인 경농(002100)(-21.76%), 아시아종묘(154030)(-20.00%), 조비(001550)(-19.22%) 등도 낙폭이 컸다. 대아티아이(-21.57%) 등 철도 및 건설주, 좋은사람들(-25.43%) 등 개성공단 관련주도 폭락했다.

수급 주체별로는 코스피·코스닥시장 모두에서 공포에 놀란 개인들의 투매가 이어졌다. 특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의 순매도 금액이 892억원으로 코스피(623억원)를 웃돌았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2,568억원 순매도했지만 기관은 3,169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246억원), 기관(683억원) 모두 동반 순매수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양국 정상의 ‘핵담판’이 결렬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이에 화답한 제재 완화 조치로 한국 증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깨진 결과다. 가뜩이나 코스피가 연초부터 상승하며 2,200선을 넘겨 추가 상승 동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기대가 실망으로 뒤바뀌며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거시요건을 비롯해 기업실적 전망 등이 계속 하향 조정된 상황에서 밸류에이션이 가파르게 올라 있었다”며 “한마디로 쉽게 조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평가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이날 개장 전부터 증시 조정의 징후가 이미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가 전날 ‘(중국과 협상이) 진전은 있으나 합의할 사항이 많다’고 밝히면서 급물살을 탄 듯했던 미중 무역협상이 장기전으로 들어설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국내 주식시장에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이슈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협상 결렬이 주식시장에 더욱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후2시 이전만 해도 이미 외국인은 2,000억원 이상 매도하고 있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2%, 5% 하락하던 상황”이라며 “연휴를 앞두고 주말 상황 등 여러 가지 우려가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단순히 회담 내용에 하락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증시 하락의 결정적 이유가 합의 결렬이지만 양국 정상은 협의를 계속해서 이어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도 조기에 회복될지, 침체가 이어질지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김 센터장은 “증시에 하락폭이 이미 많이 반영됐으니 조금 나아지기는 할 테지만 회복에 시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센터장은 “반도체가 그동안 많이 올랐는데 외국인 매수세의 영향이었다”며 “외국인이 전반적으로 한국 증시를 좋게 본 이유는 북미정상회담이었는데 이는 정치적 사안이니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최 센터장은 “악재가 겹치기는 했으나 증시에 조정이 일어나더라도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어쨌든 최근 국내도 그렇고 글로벌 증시가 꽤 올라 조정기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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