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과 바이오 기업이 휘어진 코 끝부분의 콧구멍 칸막이(비중격) 연골 등을 반듯하게 교정한 뒤 그 옆에 3차원(3D) 프린팅한 ‘생분해성 임플란트 기둥’을 봉합해 염증 등 합병증 없이 교정상태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부러진 뼈가 움직이지 않게 부목(副木)을 대주는 식이다.
26일 가톨릭대에 따르면 김성원·김도현 서울성모병원, 황세환 부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은 이런 임상연구 결과를 ‘미국 의학협회저널-이비인후·두경부외과학(JAMA 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에 발표했다.
김 교수팀은 지속적인 코막힘 증상 등이 있는 환자 20명(평균 35세)의 휘어진 비중격을 반듯하게 교정한 뒤 생분해성 폴리카프로락톤(PCL)을 비중격 연골의 내부 구조, 잡아당기거나 휘게 하는 외력에 버티는 인장·휨 강도 등 물리적 특성과 비슷하게 3D 프린팅해 부목 역할을 하도록 연골과 봉합했다.
코스닥 상장사 티앤알바이오팹(246710)의 3D 프린팅 시스템으로 제작한 ‘생분해성 임플란트’는 가로 30㎜·세로 10㎜·높이 1㎜당 12개의 삼각형 구멍(선폭·구멍 크기 0.5㎜)이 있는 그물망 구조의 PCL이다. 얇으면서도 적절한 기계적 강도를 가졌고 봉합하기 쉬우며 생체 적합성도 우수했다.
임상연구 결과 수술 후 합병증은 없었다. 수술 12주 후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코 안(비강)으로 음향을 쏘아 코 안 단면적을 구하는 음향비강통기도 검사 결과 수술 전보다 좌우 코 안 단면적 차이, 코가 휜 정도를 나타내는 비중격 편위각도가 유의하게 개선됐다. 환자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평균 90.9점, 수술자의 재료이용 편의성은 평균 88.3점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도현 교수는 “코 끝 부분이 휘어져 있으면 비중격 연골·뼈도 휘어져 있어 부목으로 사용하기 어렵고 연골 등을 자르면 코가 주저앉아 교정이 쉽지 않았다”며 “기존의 임플란트는 너무 두꺼워 코를 좁게 만들거나 조작성·생체적합성이 떨어져 수술 후 이물반응으로 염증이 생기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3D 프린팅 PCL 임플란트는 내부 구조와 물리적 특성이 비중격 연골과 비슷해 둘을 봉합하면 잘 달라붙어 연골이 흔들려도 사이가 벌어지거나 염증이 발생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임플란트는 2년에 걸쳐 서서히 생분해되고 연골·임플란트의 미세 구멍을 통해 섬유조직이 자라나 그 자리를 메운다”면서 향후 다양한 두개안면 재건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사람의 70%가량은 비중격이 휘어져 있다. 비중격만곡증(편위된 비중격)이라고 하는데 선천적으로 또는 성장하면서 발생한다. 비중격이 많이 휘어져 있으면 코 안이 좁은 쪽 코가 막힌다. 오래 되면 넓은쪽 코도 비후성 비염으로 막혀 두통, 집중력 저하를 초래하고 입으로 숨을 쉬게 돼 목이 자주 마르고 얼굴이 변형된다. 따라서 비중격을 곧게 펴주는 수술(비중격교정술)을 받는 게 좋다. 비염·축농증을 동반한 경우 부기를 가라앉히는 약물 치료를 한 뒤 휘어진 뼈와 연골부를 잘라내거나 적절한 교정술을 통해 바로잡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연간 15만명이 비중격만곡증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이 중 5만명 이상이 수술을 받는다.
김성원 교수는 “코에 뿌리는 스테로이드제 등 대증치료를 2주 정도 해도 코막힘·안면통증 등으로 일상생활의 불편함이 개선되는 비중격만곡증 환자는 전문의와 상담해 수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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