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5G 조선소를 만들고 있습니다. 조선 작업을 하는 넓은 지역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5G 통신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보안도 고민이었는데 안전직원들이 넥밴드에 설치한 카메라를 통해 위험 상황을 파악하고 조치할 수 있게 됐습니다.”
황창규 KT 회장은 ‘MWC 2019’에서 현대중공업의 5G 혁신을 대표사례로 제시했다. 4G LTE보다 이론상 20배가량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으며 초연결·초저지연의 특성을 가진 5G가 기업간거래(B2B) 영역에서 막강한 효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넓은 면적에서 광범위한 작업이 이뤄지는 현대중공업 생산현장이 5G 통신을 통해 효율적으로 제어되고 있다”며 “5G 혁신은 B2B 부문에서 두드러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5G 스마트팩토리도 B2B 영역의 혁신 성과물 가운데 하나다. SK텔레콤과 KT 등이 지원하는 ‘머신러닝’은 국내 공장에서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머신러닝은 공장 생산설비의 고화질 카메라가 빠른 속도로 생산품을 촬영해 인공지능(AI)에 실시간 전송하면 AI가 불량 여부를 판단한 뒤 분류하는 서비스다. 과거 4G LTE 시절에는 전송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거나 통신 끊김 현상에 대한 우려로 실행이 어려웠지만 5G 통신이 시작되면서 가능해졌다. 기업 전용 네트워크 슬라이싱도 각종 업무를 더욱 효율화할 수 있도록 해준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물리적인 망을 가상으로 분리하는 기술로 도로의 버스전용차선을 설치한 것처럼 일부 선로의 속도를 안정적으로 높일 수 있다. 기업들이 해당 서비스를 받게 되면 기존보다 빠른 속도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진다. 황 회장은 “5G 스마트 팩토리는 기업들에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혁신을 안겨줄 것”이라며 “제조업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황 회장은 5G 생태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황 회장은 MWC·다보스포럼 등 국제행사에서 5G의 미래가치와 전망을 성공적으로 밝히면서 ‘미스터 5G’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황 회장은 “5G를 구심점으로 생태계에 들어온 기업들이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혁신적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며 “AI·블록체인·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혁신기술과 솔루션을 결합해 이전에 없던 가치를 계속 일궈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KT는 현재 5G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네트워크 슬라이싱, 에지 컴퓨팅, 음성인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기업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황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하는 5G 통신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구하고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5G 리모트 콕핏, 5G 스카이십, 에어맵 코리아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5G 리모트 콕핏은 KT가 경기도 화성 K시티에서 개발 중인 5G 기반의 응급 원격제어 기술이다. 긴급상황에서 차량을 자율주행으로 바꿔 운전자를 긴급 대피시키거나 구급차를 자동 호출하는 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한편 황 회장은 연설이 끝나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의 통신규제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다. 정치권은 여당을 중심으로 유료방송시장의 합산 규제 재도입을 논의 중이다. 합산 규제가 다시 도입되면 KT는 케이블TV 사업자 딜라이브를 인수할 수 없게 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티브로드, CJ헬로를 인수·합병하는 등 유료방송의 재편 상황에서 KT는 규제로 인해 사업확장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황 회장은 “통신산업이 유선에서 무선, 무선에서 미디어로 옮겨가는 등 변화가 크다”며 “특히 5G 시대에선 상황이 엄청나게 바뀔 것으로 보이는데 여러 면에서 그런 생각이 든다”고 의견을 표시했다.
/바르셀로나=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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