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A사는 상장 예정 기업이라는 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아 전년도에 비해 감사보수를 약 18배나 더 썼다. 감사인을 자유 선임한 2017년에는 보수가 1,300만원이었으나 지정감사 업체로 선정된 이후 감사인에게 지출한 보수는 2억3,000만원으로 급증했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정감사로 인한 감사보수 증가로 부담을 호소하는 기업들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자유 선임에 비해 지정감사의 감사 보수가 평균 3배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회사 규모나 감사 투입시간 등에 큰 변동이 없음에도 지정감사만으로 감사보수가 크게 증가할 경우 보수 적정성에 의문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감사 보수를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등 원활한 지정감사 체결을 위해 감독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감사인 지정회사(699사) 중 전기(2017년) 감사인을 자유 선임했으나 당기에 지정받은 회사(497사)의 감사보수는 전기(자유선임) 대비 평균 250% 증가했다. 이는 최근 3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대형회사(자산 1조원 이상, 169%)에 비해 보수협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형회사(자산 1조원 이하, 253%)의 보수증가율이 더 높아 중소형회사의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보수 증가는 지난해 11월부터 새롭게 시행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 개정안(신 외감법)’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 외감법에는 부실감사 시 감사인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됐고, 감사인은 제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신 외감법 시행에 맞춰 감사투입인력을 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정감사 보수가 크게 증가한 이유에 대한 분석은 다양할 수 있다”면서도 “감사인 처벌 조항이 포함된 신 외감법이 시행되면서 지난해 감사 보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감사인 지정 제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정한 감사가 필요한 회사에 대해 자유선임 대신 증권선물위원회가 특정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지정하는 제도다. 그러나 최근 감사보수를 놓고 감사인을 지정받은 회사와 감사인 간 분쟁이 늘면서 자유 선임 감사업무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하락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원활한 지정감사 계약체결 지원을 위해 감독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우선 지정감사 계약체결 여부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해 체결이 지연된 회사를 조기에 파악하고 보수 관련 애로사항을 청취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회사와 회계법인의 의견과 감사품질 확보노력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보수수준으로 계약이 체결되도록 자율조정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감사인을 지정받은 회사가 과도한 보수를 요구받는 경우, 감사(감사위원회)가 일정요건을 갖춰 금감원에 신고할 수 있도록 지정감사보수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회사에서 요청할 경우 규모가 비슷한 회사들의 과거 지정감사 보수수준을 안내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회계법인 품질관리 감리 시 감사보수가 합리적 근거에 의해 산정되도록 하는 감사계약 관련 내부통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지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라며 “필요할 경우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재지정 요청권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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