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재연될까. 미 의회의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은 셧다운에 다시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시한부 정부 정상화’를 선언하며 협상 시한을 15일로 정한 바 있다. 상·하원의 처리 절차 등을 감안하면 주초까지는 합의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이 10일(현지시간) 전한 바에 따르면, 이민자 구금 정책이 협상의 ‘암초’로 등장하면서 상·하원 양원 협의회의 협상이 지난 8일 결렬됐다.
WP는 구금자 수용시설을 제한을 두는 문제가 교착 상황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과도한 구금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ICD가 관장하는 관련 예산 규모에 상한선을 설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공화당은 폭력 범죄자를 구금할 때는 한도를 적용해선 안 된다고 맞서온 것으로 전해진다. ‘뜨거운 감자’였던 장벽건설 예산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요구했던 57억 달러에서 한참 후퇴한 13억∼20억 달러 사이에서 절충점이 모색되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앞서 미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시적으로 셧다운을 해제한 결정에 맞춰 여야 상·하원 소속 17명이 참여하는 초당적인 양원 협의회를 구성해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장벽예산 등 국경 안전 문제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미 언론들이 의회관계자들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미 의회는 주초인 11일까지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주말에도 물밑 조율을 시도했다. 그러나 아직 후속 협상 일정을 잡지 못한 상황이다.
양원 협의회에 참여하는 상원 세출위의 리처드 셀비(공화·앨라배마) 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 방송에 출연해 다시 협상 일정을 잡길 바란다면서도 합의가 이뤄질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헛바퀴를 멈추고 오늘 오후나 내일 오전 협상을 재개하길 바란다”면서도 민주당이 구금자 수용 시설에 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존 테스터(몬태나) 상원의원은 폭스뉴스 방송에 나와 “협상이란 것은 원래 순탄하게만 가지는 않는 법이다. 합의 도달에 희망적“이라며 언론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양원 협의회를 겨냥해 ”민주당 지도부가 ‘국경 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협상 타결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인사들을 두고 ”그들은 절박하게 필요한 국경장벽에 대해 극도로 적은 예산을 제안하더니 이제는 난데없이 유죄를 선고받은 폭력 중범죄자들의 구금에 대해 한도를 두길 원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주는 훌륭한 경제 수치들과 ‘버지니아 재앙’, 국정 연설 등으로 인해 민주당으로선 매우 나쁜 한주였다“며 ”지금은 국경 위원회에 대한 민주당의 끔찍한 제안을 보면서 나는 실제 그들이 셧다운을 원한다고 믿는다. 그들은 새로운 주제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버지니아 재앙’이란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의 과거 흑인 분장 사진 파문과 저스틴 페어팩스 부지사의 성폭행 의혹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국경 지역인 텍사스주의 엘파소를 방문해 대대적인 장벽 여론전을 이어간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도 이날 NBC방송 ‘밋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 셧다운에 재돌입할 가능성에 대해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멀베이니 대행은 ”민주당 때문에 혼란스러운 상황이 됐다“고 협상 난항에 대한 민주당 책임론을 거듭 주장하며 ”대통령은 국경 지역이 국가 안보적, 인도적 위기에 처했다고 진실로 믿고 있으며 그는 그에 대해 무엇인가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