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들이 항공권 가격 인하부터 신기종 및 신규 서비스 도입, 신규 노선 발굴에 나서는 등 ‘무한경쟁’에 나서고 있다. 올해 경기 침체 등으로 여객 수요는 줄어드는 데 비해 항공사의 좌석 공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초부터 시장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최근 무안국제공항을 출발하는 국제선 항공기에 ‘사전주문 기내식 서비스’를 실시하며 국제선 전 노선의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 사전주문 기내식 서비스는 탑승객이 미리 항공사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해 탑승 후 식사를 제공 받는 서비스로 보통 대형항공사의 비즈니스석 등에 제공하는 고급 서비스로 분류된다. 하지만 항공사 서비스 경쟁이 확대되며 최근에는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진에어가 ‘진 쉐프’라는 사전주문 기내식 서비스를 도입한 바 있다. 에어부산은 오는 4월부터 국제선 항공기 승객을 대상으로 무상 기내식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 항공사가 사전주문 기내식 서비스를 확대하고 무료 기내식을 중단한 것은 이를 유료로 전환해 추가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서다. 화장품 업체와 제휴해 ‘한정판’ 제품을 기내에서 판매하거나 기내 면세점 사전 예약제 등을 도입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보통 항공사에서는 이를 부가 매출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 LCC들의 부가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5~7% 정도지만 글로벌 대형 LCC들의 경우 이보다 2~3배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LCC인 에어아시아는 부가 매출 비중이 20%에 달한다”며 “외국에서는 기내에서 보험을 판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격 인하 경쟁도 치열하다. 제주도(편도 기준)는 3만~4만원대, 일본 도쿄는 6만원대, 베트남은 10만~11만원대 특가 상품이 수두룩하다. 실제로 한 LCC는 지난해 말 올해 4월부터 탑승할 수 있는 항공권 특가 이벤트를 한 뒤 ‘새해맞이 특가’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사전 예매 고객을 위한 ‘얼리버드 특가’와 ‘동남아 지역 특가’ 등 평상시 항공운임의 3분의1 수준의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항공사들의 경쟁은 신규 노선 발굴로도 이어지고 있다. 인천공항은 이미 슬롯이 포화 상태여서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지방 공항에서 출발하는 노선 개발에 나서는 모양새다. 수도권에 비해서는 지방 공항의 수요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방 수요를 끌어들여서라도 외형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LCC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일본이나 베트남 등 한국인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국가의 숨어 있는 여행지 노선을 발굴하고 있다”며 “해당 국가의 지자체로부터 지원받아 항공권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대신 한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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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항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올해 항공업계에 큰 변화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 1·4분기 내 신규 LCC 면허 발급이 예정돼 있다. 현재 강원도 양양을 거점으로 한 플라이강원과 충북 청주 기반의 에어로케이, 인천 기점인 에어프레미아, 무안공항을 거점으로 소형 항공운송사업을 하고 있는 에어필립 등 4곳이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제재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진에어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여객 수요 증가율은 6.2%로 지난해보다 1.1%포인트 감소하는 데 비해 여객 공급 증가율은 7.4%로 지난해보다 1%포인트 늘었다. 2012년 이후 여객 수요 증가율이 공급 증가율보다 적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항공업계로서도 최근 들어 경험해본 적 없는 상황인 셈이다.
여기에 올해 새로 운수권이 배분되는 국제선 노선이 예고되면서 항공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번 달 중으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과 싱가포르 노선을 비롯해 인천~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을 두고 항공사들의 경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최근 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 등 LCC들이 ‘보잉737맥스8’이나 ‘에어버스321네오LR’ 등 중거리용 항공기를 잇달아 도입하는 것 역시 이런 신규 운수권 경쟁에 뛰어들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올해 새로 문을 여는 베이징 신공항 역시 항공업계의 관심이 대상이 되고 있다. 신규 공항이 생기는 만큼 중국 베이징행 신규 노선 관련 운수권 배분도 예상하고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어느 정도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새로운 기회가 오더라도 경쟁 자체를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며 “올해는 항공사들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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