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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탈(脫)원전의 마지막 관문 신한울 3.4 호기…선뜻 문 못 닫는 정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 4호기 가동을 허가했습니다. 신고리 4호기는 문재인 정부의 안전 규제 강화로 가동 허가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원전이었죠. 이로써 문재인 정부 취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탈(脫)원전 논란의 핵심 이슈는 정리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경북 울진에 건설하려던 신한울 3·4호기가 탈원전 논란을 다시 키우고 있습니다. 친(親)원전 인사들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주장했을 때까지만 해도 논란이 커질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불을 붙인 것은 여당 중진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습니다. 송 의원은 “미세먼지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 노후화된 화력발전소를 빨리 대체해야 하는데 거기까지 가는 동안 안정적인 원전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원전산업의 공백기를 메울 수 있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등을 다시 한 번 여러 가지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 탈원전과 관련한 국회 상임위 소속도 아니고 지역 이슈가 걸린 경북 지역 의원도 아닌 송 의원의 발언을 두고 여권 내에선 “자기 정치 한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에너지 정책의 논리적 기반을 제공해주는 에너지경제연구원 수장까지 나서 신한울 3·4호기의 재개 검토 의사를 드러냄에 따라 신한울 3·4호기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마지막 퍼즐이 돼 버렸습니다.



◇신한울 3·4호기, 공식절차상 폐기 아닌 중단된 상태=신한울 3·4호기 재개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는 배경은 정부가 백지화하기로 한 신규원전 6기 중 신한울 3·4호기만 ‘살아있는 카드’라는 점입니다. 신한울 3·4호기는 아직 백지화의 최종 결정 단계인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의 의결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한수원 이사회 의결을 거쳐 백지화가 최종 결정된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와는 상황이 다른 셈입니다. 왜 신한울 3·4호기만 문을 닫지 못하고 있을까요? 이유는 ‘돈’ 입니다. 두산중공업이 주기기 사전 제작에 들어가 한수원이 백지화를 의결하는 순간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자유한국당에 따르면 원자로와 터빈 등 주기기 사전제작비엔 3,230억원이 투입됐습니다.

아직 원안위의 최종 허가도 나지 않은 원전에 돈이 들어간 이유는 허가가 나는 것을 전제로 준공을 맞추기 위해 주기기 등에 대해선 사전제작을 해왔던 원전 업계의 관행 때문입니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2015년 한수원 측에 신한울 3·4호기의 납기 준수를 위해 계약 체결 전 원자로 설비를 시작하겠다는 공문을 보냈고 한수원도 이를 승인했습니다.

한수원 재무 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마당에 두산중공업에 수천억원대의 보상금을 물게 된다면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으니 애매모호한 상태로 신한울 3·4호기는 남아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두산중공업과 보상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고 정부 역시 “이미 신한울 3·4호기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폐기가 결정된 것”이라는 답만 하고 있습니다.





◇신한울 3·4호기의 의의는? 원전 업계 출구전략=정부의 입장은 2023년까지 오히려 원전 설비가 증가하는데 신한울 3·4호기까지 건설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입장입니다. 이미 예비력이 충분한 상황인데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선 원전의 감축이 필요한 데 신한울 3·4호기까지 들어올 명분이 부족하다는 주장이죠. 실제로 신고리 4호기를 비롯해 2023년까지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가 2023년까지 들어섭니다. 원전 발전 비중도 2030년 기준 현재 30% 수준에서 23% 정도로밖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적절한 원전 비중을 놓고서도 할 말이 많은 원전 업계지만 이들은 원전 생태계를 근거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요점은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 시 오는 2025년까지 원전 업계가 일감을 확보할 수 있고 그 기간 동안 탈원전 정책에 따른 업종전환 등 ‘출구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원자력정책연대 관계자는 “신한울 3·4호기 재개 시 주기기를 만드는 두산중공업 등 대기업은 물론 부품 등을 납품하는 2,000여개의 기업이 한숨을 돌리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상 마지막 원전이 될 신고리 5·6호기만으로는 업종 전환 등을 위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두산중공업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로 현재는 일감이 많지만 2021년에는 다 소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한울 3·4호기 재개 시 약 4~5년의 추가 일감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외 수주만으로는 원전 생태계가 조기에 붕괴될 수 있다는 점도 신한울 3·4호기 재개의 필요성으로 지목됩니다. 김병기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위원장은 “국내에서 추가 건설을 해야 원전 수주전에서 명분을 갖지 않겠느냐”면서 “해외 수주를 하더라도 주기기 업체인 두산중공업 등은 살아나겠지만 보조기기 납품업체 등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술장벽이 낮은 보조기기 등은 현지업체 물품을 쓸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결론은?, 정권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갈릴 수도=키는 결국 정부가 쥐고 있습니다. 당장 언제라도 한수원 이사회를 열어 신한울 3·4호기 폐기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등 해외 원전 수주를 앞둔 상황에서 또 다시 국내 원전 이슈가 커지는 것은 정부가 원치 않아 보입니다. 탈원전 정책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 정책이 실종됐다는 우려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부터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판단의 문제이고 시점에 문제입니다. 일각에서는 2020년 총선을 겨냥해 신한울 3·4호기가 결정이 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권 차원의 정책이 수정될 때는 결국 정무적 판단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며 “총선이 있는 만큼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재검토를 할 가능성도 있고, 차기 정부의 결정에 따른다는 입장을 밝힐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습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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