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는 14일 “지금 그러하듯 한일 양국이 어려운 문제에 부닥칠 수 있으나 문제는 그것대로 직시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되, 양국의 교류와 협력은 그것대로 유지하며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도록 지혜롭게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일한의원연맹 합동총회 개회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한일 양국은 경제와 문화를 비롯한 모든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지속하고 확대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리는 “세계의 거의 모든 이웃 나라들이 그러하듯이 한일 양국도 과거, 현재, 미래의 과제와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다”며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위한 자산이지만, 때로는 부채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 한일관계를 가장 이상적으로 정립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의 파트너십 공동선언 발표 20주년이 올해”라면서 “올해는 한일관계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해”라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최근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점을 상기하며 “동북아 정세의 이러한 변화에 일본이 건설적 역할을 수행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양국 간 1965년 연간 1만명이던 인적 교류가 1,000만명으로, 2억 달러였던 연간 교역량이 1,000억 달러로 각각 늘었음을 언급하며 “양국 사이에 문제가 있어도 경제 교류와 협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한 일본 게이단렌(經團連)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 회장을 존경하고 신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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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총리는 한일 간 경제협력과는 별개로 과거사 갈등과 관련 일본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이 총리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직후 김 전 대통령이 ‘일본에게는 과거를 직시하고 역사를 두렵게 여기는 용기가 필요하고, 한국에게는 일본의 변화된 모습을 올바르게 평가하며 미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한 연설을 언급, 한일·일한의원연맹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다. 이 총리는 “정치와 언론이 상대국에 대한 자국민의 반감을 자극하고 이용하려 한다면 그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한 일”이라면서 “어려운 문제가 생길수록 정치 지도자들은 절제를 지키며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한반도 정세를 바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참석해주신 것도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한의원연맹 회장과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간사장,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이 애쓰신 결과라고 들었다”며 “이것이 정치의 역할이고 양국 의원연맹의 힘”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국 의원연맹은 1972년 출범한 이래 양국 정부가 직면한 난제들을 해결하고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정치력을 발휘하고 기여했다”며 “제가 정치인으로서, 의원연맹 일원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일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 정부가 우리 대법원의 일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정부의 화해·치유 재단 해산 결정 등에 반발하면서 한일관계는 경색됐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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